♥삶1755 자취방 풍경 (下) 겨울 새벽이면 달그락달그락..주인집 노할머니의 연탄불 가는 소리.. 자명종소리와도 같이 우리의 새벽잠을 깨우던 그 소리가 몸과 맘이 유달리 추운 우리 자취생들에겐 더할나위 없는 따스함이였고 온정의 소리였다. 집에 다니러갔다 올적이면.. 싸늘히 식은 방을 언제나 때맞춰 데워주시던 등이 굽은 노할머니.. 덕분에 우리는 늘 따스한 겨울을 보낼 수가 있었다. 젊은 날에 청상이 되셨다는 눈이 예쁘시고 성격 좋으시던 주인집 아주머니..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지만 본업은 시인이라는 아들과 그의 아내인 시집 온 지 얼마되지 않은 키가 크던 언니.. 그리고 얼마 후에 태어난 토실하고 눈이 땡그랗던 손주 태민이.. 그렇게 다섯식구 4대가 살던 집.. 말해 무엇하랴..그 집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경을.. 온 마당이 과수원이였고.. 2009. 7. 13. 나의 자취방 (上) 대학시절..난 자취를 했었다. 전원생활을 동경했었고 목가적인 풍경을 좋아했던 나는 자취방을 고를 때.. 정원이 딸린 마당이 예쁜 집을 선호했었다. 학교앞..언제나 지나치며 바라보던 과수원과 온갖 초록나무들로 울타리를 엮어놓은 듯한 그 집.. 어느날 마법에 끌린 듯 ..그 집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우리 둘.. 들어가는 오른쪽 입구에 오동나무가 한 그루 있었고 내 키만한 이름모를 나무들이 양옆으로 나란한 숲속 오솔길 같은 곳을 통과하면 오른 쪽으로 제법 나이든 매화나무가 두어그루 있었고 살구 나무..앵두나무가 풍경으로 서있었다. 그 과실나무들 아래에는 키작은 딸기가 빠알갛게 익어가던.. 마침 주인 아주머니께서 동그마니 움크리고 딸기를 따고 계셨었다. "집구경 좀 해도 되나요..?" 넓은 마당 가운데는 둥근 화.. 2009. 7. 9. 춤에 대한 기억 어릴 적 부터 춤 추는 걸 좋아했다. 본능적으로 음악이 나오면 몸이 반응을 했다. 지금이야 그러지 않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길을 가다가 흥겨운 음악이 나오면 몸이 절로 반응하는 나의 댄스 본능.. 초등학교 시절.. 연이랑 나는 뒷산 감나무 아래에서 춤 연습을 하곤 했다. 그 시절.. ♪함께 춤을 추어요..개구장이..날 보러 와요..♬ 등등.. 우리는 우리 나름으로 안무도 짜가며..어스름이 지도록 춤을 추었었다. 학교소풍 때면 어김없이 아이들 앞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춤솜씨를 발휘하곤 했었던 연이와 나.. 그 당시 70년대..치맛바람이 한창이던 때.. 내 짝꿍..영주의 엄마는 매일 점심마다 선생님 도시락이랑 보온병에 커피를 타올만큼.. 그 시절 치마바람의 대표주자였었다. 나보다 두 살이나 어린 내 짝꿍 영.. 2009. 7. 4. 산책같은 산행-북한산 대남문 텅 빈 3호선 지하철..금방 한 대가 출발하고 나만 홀로 남겨져있다. 월요일의 아침..약속시간보다 5분 일찍 도착한 나는 그 이상의 여유를 만끽하며 은주씨를 기다린다. 그랬었지. 학창시절 12년간 지각 한 번 하지 않았던 나.. 고3 때였던가..개학식날 단 한 번.. 아슬아슬하게 교문이 거의 .. 2009. 6. 30. 오늘 북한산 다녀와요.. 오늘 북한산 다녀와요.. '언니야~~월욜에 북한산 같이 가자~~' '코난쌤 수업 있어 안되는데..' '내가 언제 언니한테 이런 부탁하는 거 봤어..같이 가장~~?' 부탁.. 이 말에 마음 약해져서..함께 다녀올려구요.. 창 밖의 하늘은 하얗기만 하네요.. 아직 오늘 날씨는 감이 잡히지 않구요.. 창을 타.. 2009. 6. 20. 청계산행기 3 -풍경들- 옹달샘 같은 동그란 물웅덩이 안에 발을 담근다. 문득 울이모가 '우리 숙이는 발도 이쁘네..' 하던 말이 떠오른다. 이모에게 난 언제나 제일 이쁜 숙이였었는데.. 세월과 함께 발도 나이가 들어 이젠 이쁘지 않다. 화끈거리던 발의 피로가 사르르~~풀리는 듯한 시림.. 뭐라 표현할 길 없는 .. 2009. 6. 17. 청계산행기 2 -하행길- 동행인들.. 산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한 이 없다더니.. 다들 얼마나 넉넉하고 유머러스하시고 좋으신 분들인지.. 이 글을 쓰면서도 한 분 한 분 떠올리며 내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번지고 있다.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철쭉 능선길..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 산행에도 중간중간의 쉼이 .. 2009. 6. 17. 청계산행기 1 -개망초 어우러진- 새벽일찍 잠을깨우고 세상의 아침을 바라본다. 흐릿하다. 오히려 산행을하기엔 좋은 일기이다. 곤한 잠에 빠진 내남자와 아이들을 뒤로 하고.. 다시 베란다 너머의 하늘을 체크하는데.. 후두둑~~세찬 빗줄기가 쏟아내린다. 몇 번의 시도 후에야 샤론언니의 음성이 들린다. "언니..비와요... 2009. 6. 16. 추억상자속 보물 하나 83년.. 그러니까 내가 여고 일학년이던 어느 점심시간.. 내 짝꿍이 나를 그려주겠다기에 아마 저런 표정으로 앉아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의 초록빛 교정에는 해오라기의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면서♪~ 나 아님 해바라기의~ 모두가 사랑이예요 ♬~라는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었을 것이다. 추억상자를 열어보니 저 그림이 눈에 띄였다. 내 작꿍이 연습장에 그려준 열 일곱살의 나.. 뭐든지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는 습성이 베인 나는.. 저 그림을 코팅해서 간직했었다. 코팅을 했어도 누렇게 빛바랜 모습 열 일곱살의 나는 여전히 슬픈 눈을 하고 있다. 문득 그 시절 친구들이 나에게 붙여준 별명들이 떠오른다. 초롱이..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고 해서.. 백곰이나 곰숙이. .이건 내 성과 연관된 별명 ..내 성을 뒤집으면 '곰.. 2009. 6. 15. 이전 1 ··· 187 188 189 190 191 192 193 ··· 19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