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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산 이야기

우중산행1-미친 사람들

by 벗 님 2009. 7. 14.

 

 

 

 

 

 

"아빠..나 이번주 일요일 산행 잡혔는데.."

"그래..? 그럼 가방 새로 사러가자. 너무 작아서 안되겠더라."

"괜찮은데.."

 

가방 하나 사러 가서 내남자가 사준 것들..

가방도 사이즈별로 색깔별로 두 개나 ..

개인적으로 저 고글 .. 참 마음에 들었다.

자랑하고 시퍼서~~

 

 

 

 

 

 

이것도 챙겨라..저것도 챙겨라..미리 챙겨둬라..

가방 챙기라며 자꾸 잔소릴 한다.

그러더니 저 술 한 병을 꺼내온다.

저번 중국여행 다녀오면서 사온 건데..

여기저기 선물 주고 딱 한 병 남은 것이다.

동행하는 사람들에게 주라며 챙겨준다.

지난번 동행인들이 산정에서 약간의 술을 즐기더라는 말을 했더니..

마음에 담아 두었던 모양이다.

 

그런데..깜박하고 안가져갔다..

나..생각보다 허술하다.

 

 

 

 

 

 

엊저녁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

아침녁엔 세차게도 퍼붓는다. 폭우다..망했다..

이런날 산행이 가능할까?

샤론 언니에게 몇 번 확인전화를 했는데..

비온다고 산행이 취소된 적은 이제껏 없었으니 예정대로 움직이라한다.

나는 그 말이 반갑다.

아직 잠나라에 푹 빠져있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출발..

신난다.

 

 

 

 

 

 

지하철 안  유일한 등산복차림의 여자 하나..

힐끔거리는 눈길들..의외로 나는 이런 시선들엔 당당하다.

무슨 역이였더라?

아~충무로역 8번출구..서울지리에 깜깜한 나..

대한극장 앞..오늘의 집결지..

 

어라~~산행가자는 샤론언니의 말에

당연 저번에 그분들일 줄 알았는데 처음 만나는 사람들..

반갑게 인사나누고 악수도 나누고..

인사치레이겠지만 미인이라는 칭찬도 듣구..

 

 

 

 

 

 

세상에.. 호우주의보가 내린 이런 날에

산행하겠다며 나온 이가 열여섯명이나 되었다.

다들 미쳤다..미쳤어..산에 미친 사람들..

몇몇은 이런 날의 산행은 불가하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조조영화나 관람하고 다른 일정을 잡자고 하였으나

일단은 예정한 검단산까지 가서 판단하자는 의견이 우세하여 출발..

 

가는 길에 차안에서 바라본 풍경..

한 떼의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우리처럼 미친 사람들이 또 있었네.

 

그러나 아름다운 미침이다.

나는 이런 미침을 열정이라 이름하고 싶다.

삶을 향한..나 자신을 향한 ..그런 열정..아름다운..

 

 

 

 

 

 

아무리 미쳤기로서니..

저 물살을 헤치고 산행을 감행할 순 도저히 없었다.

돌아서는 마음..서운하였으나 더 이상의 고집은 무모함일 뿐이다.

 

어딘가로 향한다.

도로는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겨 차가 쌩~지날 때마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킨다.

이대로 그냥 달렸으면 좋겠다. 이 빗속을 하염없이..

세 시간여의 잠과 아침을 굶은 탓인지 속이 메쓱거린다.

아득하니 몸이 가라앉는다. 달리는 차에 몸을 맡긴 채..

몸은 조금 괴로웠으나 마음은 야릇한 해방감에 짜릿하기까지 하였다.

이런 기분은 뭐지?

 

 

 

 

 

 

문득 차를 멈추고

구비구비 넘칠듯이 거센

한강의 물살을 바라보고 섰는 동행인들의 뒷태..

내 눈엔 참 이쁜 풍경이다.

 

 

 

 

 

 

누군가 저 거센 물살을 보노라니..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고 한다.

 

어떤 이는 산의 정상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초록 나무들이 푹신한 쿠션이 되어줄것 같아..

문득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

 

나는 무서웠다..

저 거센 물살이 죽음처럼 공포스러웠다.

 

 

 

 

 

 

동행인들의 앞태..

앞모습도 다들 이쁘시다.

 

단 하룻동안에 정이 들었나 보다.

이렇게 사진으로 만나니

새삼 반갑고 정겨운 얼굴들..

 

 

 

 

 

 

검단산 산행을 포기하고 찾아온 곳..

음악 카페분위기가 나는 이곳..

주인장의 취향이 고대로 묻어나는 운치있는 이 곳에

우리의 여장을  풀기로 한다.

 

이런 이쁜 곳엘 오면 나는 왜 내남자가 생각나지..풋~

 

 

 

 

 

 

저 난로에 마치 따스한 온기라도 있다는 듯이 모여선 사람들..

훗~~습관이라는 거..

어떤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이라는 거..

조금 우습다.

 

샤론 언니..금방이라도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불 쪼이는 포즈를 취할 거 같다는..

 

 

 

 

 

 

나의 메인모델인 샤론 언니..

웃음이 참 화사한  샤론 언니..

언니 덕에 이런 곳에도 와보구..

이렇게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내가 아마 전생에 언니에게 은인이였던 게 분명해..

 

인연이란 거..

그렇게 얼키고 설켜 매듭이 되는 것..

견고하고 이쁜 매듭이 되어야 할텐데..

 

 

 

 

 

 

나 라이브 무지 좋아하는데..듣는 거만..

내 최대의 불행은 내가 노래를 못부른다는 사실..

나 살아오는 동안 내 최대의 약점도 그것이다.

그래서 노래 잘하는 사람은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나의 동경의 대상이 되곤 한다.

 

윤태랑..훈이랑..권중이..

나를 위해 노랠 불러주던 멋진 녀석들..

잘 살고 있겠지.

 

 

 

 

 

 

옛스런 물건들..어린 날의 향수를 일으키게 하는 ..

어쩌면 나 태어나기 전에 이미 그 소임을 다한 물건도 있으리라.

그 때 그 당시에..저런 물건들이 이토록 귀하고 정겨운 대상이 될 줄을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울엄마는 가끔..어릴적에 사용하던 요강을 버린 것을 참 안타까워 하셨다.

그냥 두었으면 골동품이 되었을텐데..하시며..

 

 

 

 

 

 

 

옛날 시계라며 누군가 참 반가워 하시는데..

사실 내기억의 창고에는 저 물건이 입력되어있지 않다.

부잣집에서나 갖고 있었거나..

아님 나 태어나기전의 물건일 것이다.

 

 

 

 

 

 

 

저 다이얼을 돌리는 전화기..

저 전화기는 정말 생생하게 내가 기억하고 있지.

저 전화기가 울집에 처음 들어오던 날..

나는 그 당시 전화기가 있는 모든 친구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너무 흥분한 내 목소리를 들은 단짝친구 연이는..

"야..너 지금 울고 있냐?"

훗~~어쩌면 그 때 열살쯤의 나는 너무 좋아 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음악쪽으로는 무지하여..

저 기타에게도 그냥 기타라는 명칭 말고 나름의 이름이 있을텐데..

내게로가는 旅行님은 아마 알고 계실 듯..

 

눈매 맑고 깊은 누군가가 기타를 튕기며 우수어린 표정으로 ..

팝송이든 발라드든 나를 위한 감미로운 노랠 불러준다면..

훗~~그건 죽음이지..

 

 

 

 

 

 

이 산악회의 회장님이신 윤사마님..

음~~폼은  그럴싸하신데 단지 폼일 뿐이라는 거..훗~

이왕이면 한 곡 멋드러지게 쳐주셨으면..

 

그 날..고마웠습니다.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편안해지라고 이런저런 배려해 주신 것 ..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많이 웃었고 많이 행복하였습니다.

 

 

- 벗 님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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