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일찍 잠을깨우고 세상의 아침을 바라본다.
흐릿하다.
오히려 산행을하기엔 좋은 일기이다.
곤한 잠에 빠진 내남자와 아이들을 뒤로 하고..
다시 베란다 너머의 하늘을 체크하는데..
후두둑~~세찬 빗줄기가 쏟아내린다.
몇 번의 시도 후에야 샤론언니의 음성이 들린다.
"언니..비와요.어떡해요?"
언니는 벌써 집을 나섰다며..지나가는 소나기니 걱정말고 출발하라고 한다.
그 소리가 얼마나 반갑던지..
양재역 7번출구..9시 10분..
나는 1분이라도 지각할까봐 오는 내내 마음 조였다.
저번 북한산 오봉 갈 때..내가 5분 지각을 했었다.
약속한 정각 9시가 딱 되니..샤론 언니가 어디냐며 전화를 걸어왔었다.
1분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샤론언니의 정확함을 아는지라..
오늘은 지난번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일찌감치 서둘렀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레스피아님이 언제나처럼 제일 먼저 도착해 계셨다.
저번에 샤론언니 편에 보내주신 선물에 감사인사를 드리고..
후훗~~내 옆을 나란히 걸어오는 여자와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시기에..
내가 모르는 회원분인줄 알았는데..
레스피아님은 나랑 나란히 오길래 ..새로온 나의 동행인인 줄 알고
그렇게 반갑게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누었다고..
그 여자분도 얼떨결에 악수와 인사를 나누고..
서로 아무 연관도 없는 두 사람은 그렇게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
바로 ..너무나 어색하게 돌아서야 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웃음이 나 죽겠다.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회원들도 전부 배를 잡고 웃었다.
이번 코스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한적한 곳으로 잡았다고 한다.
산초입 마을을 지나니 개망초가 하얗게 피어있었다.
개망초만 보면 눈물이 나고 ..개망초만 보면 아득해진다.
눈물 닮은 하얀 꽃들..
개망초 안개초 물망초 구절초..
그렇게 꽃잎 작은 꽃들이 하얗게 어우러져 피어나면
나는 괜히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작은 개울물이 정겹다.
어린날 동무들과 물장난하던 그 개울을 닮았다.
빨래도 하고.. 멱도 감고.. 물장구도 치고..
어쩌다 다리에 거머리가 붙으면 꺄악~~
소리 지르면서 방방 뛰던 생각도 나고..
오늘 처음 온 케리언니..
샤론 언니랑 나랑 케리 언니는 같은 센타에서 알게 된 사이..
적은 인원이지만 정기산행이라..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한다.
나는 저번에 아폴로조님이 지어주신 송화라는 닉으로 나를 소개했다.
그 이름이 마음에 들어..때마다 아폴로조님이 고맙다.
왼쪽에 착하게 웃고 계시는 분이 아폴로조님이시다.
이 모임의 안방마님 같으신 분..
개망초 피어난 들녘에서 산행 전 준비운동을 하는 우리 맴버들..
가슴까지 젖을 듯한 저 풀빛이 참 싱그럽다.
왼쪽 샤론언니와 케리언니의 포스가 예사롭지 않다.
우리는 센타에서 하루 세시간은 기본으로 저리 폼나게 운동을하니..
그 포스가 그대로 베여나오는 듯..
아폴로조님..카페지기인 밤안개님..금빛물결님..
밤안개님과 물결님은 처음 뵙는 분들이다.
주말마다 산행을 하신다는데..음~~뱃살이 ~~
산행 후의 뒷풀이 탓이라나..
밤안개님은 귀여우시고..나를 많이 챙겨주셨다.
물결님은 과묵하시지만 한마디 툭 내뱉으시면 재미나신다.
잠팅공주님이랑은 또래인지..
다 큰 남녀가 야~자~하며 나누는 대화들이 얼마나 재미난지..
뒤늦게 올라오는 동행인들..
케리언니는 혼자서도 북한산을 곧잘 오르곤 하셨다는데..
어느날..우울증이 오고 ..술도 배우게 되고..한동안 운동도 하지 않아 ..
산행하는 내내 힘들어 하셨다.
사람의 마음이란게 때마다 흔들리고..
특히 중년을 넘어서고 폐경이라는 고비가 오면..
여자들은 그렇게 나약해지고 무너지기도 한다.
주변에 그런 언니들 더러 보면..그렇게 자기를 방치하다가..
문득 이래선 안되겠다는 자각이 들었을 땐..
이미 몸도 마음도 많이 망가진 상태라고들 한다.
철쭉능선을 타다 잠깐 샛길로 내려가니..성 서루도비꼬 성지가 있었다.
별다른 해설이 없어 ..
어떤 사유로 이 산정 깊은 곳에 이런 성지가 생겼는지 모르나..
성모마리아상은 왠지모를 경건함을 일깨워준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면 왠지 이루어질 것 같은 ..
성스러운 기운이 감돈다.
능선을 타는 중간에 밤안개님이 얼려오신 복숭아통조림을 일일이 먹여주신다.
이가 시리고 가슴이 얼얼하다.
이마를 타고..등줄기를 흐르던 땀방울이 식어간다..
참 귀여우시다. 모습도..그 마음도..
막걸리 타임..
레스피아님이 한 잔 주시는데..으웩~~
마늘 막걸리라는데..독하고 맵다.
그래 놓으시고 재미난다는 듯이 웃으신다.
저번 내남자와 관악산 산정에서 한모금 마셨던 막걸리 생각이 났다.
내 생애 가장 맛난 막걸리 그 맛..
내가 뭔가에 도전하는 걸 기특해 하는 내남자..
다른 이들과의 산행을 기꺼워 해주니 고맙다.
그래도 난 내남자와 오붓이 하는 둘만의 산행이 가장
행복하다.
- 벗 님 -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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