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나의 이야기325 유년의 텃밭 2012년.. 마흔여섯 살의 나.. 어린 내 눈에 비친 유년의 우리집 마당은 무척 넓었었다. 마당 가운데 커다란 텃밭이 있었고.. 여름이면 텃밭둘레에는 호박넝쿨이 우거졌고.. 노오란 호박꽃이 피면 그 호박꽃을 따다가 소꿉놀이 반찬을 만들었었다. 가끔은 엄마 몰래 어린 호박이 달린 꽃을 함께 따다가 소꿉놀이 반찬으로 사용하기도 했었다. 배추며 상추며 고추 그리고 옥수수가 우거진 울집 마당의 텃밭..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엄마랑 옥수수를 따던 일이다. 내 키보다 큰 옥수수나무 아래에서 옥수수 껍질은 살짝 벗겨가며 잘 익은 옥수수를 골라 따던 어린 내 모습이.. 아직도 선연히 떠오르곤 한다. 겨울이면 휑한 텃밭 가운데 구덩이를 파서 텃밭에서 수확한 무를 묻어놓으셨는데.. 긴긴 겨울밤 따로이 간식이 없던 그 .. 2017. 7. 28. 봉선화 추억 붕선화를 보면 항상 엄마와의 유년의 추억이 떠오른다. 무명실 매어 손톱마다 봉숭아물 들여주던.. ♥ 1586 옆집 점빵하는 영자언니네 마당 한가운데에는 동그란 꽃밭이 있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영자언니네 꽃밭 가장자리엔 채송화랑 봉선화가 알록달록 예쁘게 피었었다. 나는 점빵집 오가는 척하며 .. 영자언니네 봉선화를 몰래몰래 한움큼씩 따오곤 했었다. 그때마다 간이 콩닥콩닥 거렸었지만.. 봉선화 꽃향은 달큰했고 "나를 따 가라 따 가라.." 내게 자꾸 말을 거는 듯 했다. 봉숭아 필 적이면.. 엄마는 내 작은 손톱에다 봉숭아물을 들여주시곤 했었다. 작은 종지에다 봉숭아꽃이랑 초록이파리를 넣어 콩콩 찧으시며.. 봉숭아 붉은 꽃잎보다 초록이파리가 더 짙게 손톱을 물들인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그렇게 열 손톱마다 짖.. 2017. 7. 25. 하얀 개망초 추억 2단지 울타리 안에 하얀개망초가 피었다. 지난 6월 24일 담았다. 한 망울.. 두 망울.. 마악 피어나기 시작하던 하얀 개망초.. ♥ 하얀개망초 시:벗님 곡, 노래-zzirr (http://blog.daum.net/zziirr/8070080) 개망초 학명은 개망초, 사전에도 그렇게 나온다. 내가 어려서는 풍년초라 불렀고 더러는 담배나물이라 불렀다. 풍년 들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그런 이름을 생각해내게 했고 담배가 귀하던 시절이라 그리 불렀던가 보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똑같은 풀을 계란꽃이라 부른다. 새하얀 꽃판이 계란의 흰자같이 보이고 노오란 꽃심이 노른자로 보였던 모양이다. 이거야.. 2017. 7. 14. 건강검진 삼성서울병원..2017년 7월 11일.. 건강검진을 받았다. 의료보험공단에서 2년마다 무료로 해주는 것 말고.. 내남자가 따로이 우리 부부 정밀검진을 신청했다. 삼성 다니시는 아주버님 덕분에 할인 받은 금액이 1인당 백만원이란다. 삼성병원은 14년 전에 건강검진 받으러 오고.. 이번이 두 번째이다. 우리 부부 한창 젊었을 삼십대였으니.. 그 시절..건강검진 받으러 오신 어느 할머님께서 젊은 부부가 나란히 건강검진 받으러 온 모습이 참 보기 좋다.. 하시며 우리 부부 칭찬을 하시던 기억이 유난히 또렷하다. 그 시절엔 여러모로 여유로왔던 것 같다. 그간 사노라 조금 힘이 들어.. 공단에서 2년 마다 무료로 해주는 검진 말고는 따로이 받아 보지 않았다. 대장내시경이랑 위내시경을 받기 위해 하루 전에 마셔야 하.. 2017. 7. 13. 싸리꽃 추억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는 산길엔.. 풀꽃이 보이질 않았다. 봄꽃들 다 진 후..여름꽃이 채 피기 전이라 그런 걸거야. 혼자 멋대로 생각해본다. 산길에서 꽃을 만날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돌양지꽃을 만났고..이렇게 싸리꽃도 만났다. ♥ ♬~ 메기의 추억(Maggie) / Ann Breen 꽃말: 생각, 사색, 상념 산정의 싸리꽃은 절정의 시기를 지나 하나 두울 꽃잎을 떨구고 있었다. 향이 짙은 꽃이라는데 향기를 맡아볼 생각은 못했다. 유년의 우리집 마당은 깊고 넓었으며 담장만 있고 대문은 없었다. 해서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곤 했다. 우리집 마당에서 하던 고무줄놀이 구슬치기 비석치기 땅따먹기.. 동네친구들과 하던 놀이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초등학생 무렵이던 나에게..엄마는 방청소를 시키시거나 마.. 2017. 6. 23. 풋사과향이 나는 쥐똥나무꽃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면.. 어디선가 상큼한 향기가 난다. 풋사과향 같은 풋풋하고 싱그러운 향기가 난다. 하얀 쮜똥나무꽃 향기다. ♥ 1551 " 향숙아, 눈 감아 봐." 우리의 교정이 푸르러 가는 오월 어느 날였을 것이다. 벗님이가 나에게 눈을 감아보란다. " 이게 무슨 냄새 같아?" "흐음~사과냄새가 나는데? " 눈 떠 봐." 내가 눈을 떴을 때.. 벗님의 하얗고 갸느린 손에 나무잎사귀 하나가 살짝 찢겨진 채 들려있었다. "향숙아, 이 이파리에서 사과향이 난다." " 정말 그러네.." 어쩌면 그날 벗님의 손에 찢겨진 채 들려있던 잎사귀가 이 쥐똥나무잎사귀가 아니였는지도 모른다. 그냥 쥐똥나무꽃 하얗게 피어 그 향기 흩날리면 그날의 벗님이 생각이 나고.. 어디선가 풋사과향이 나는 것만 같다. 그 추억 때.. 2017. 6. 7. 등나무꽃 추억 아파트 뒷껸..작은 쉼터에 등나무꽃이 피었다. 어쩌면.. 등나무꽃은 가장 화들짝 피었다 화르르 져버리는 꽃이 아닐까..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보라빛 등나무꽃이 피었길래.. 내일쯤 담아야지 하고 미루다..며칠 뒤 가보면.. 그새 화르르 져버려..결국 사진에 담지 못했었다. 올해는 피는 걸 보자마자 바로 담았다. ♥ ♬~ Yesterday on ce More Carpenters 세월이 지나 과거엔 어땠는지뒤돌아 보니 오늘날은내가 누렸던 그 행복한시절들에 비해 좀 처량해너무 많은 것들이 변해 버렸어 중학교 교정엔 등나무 터널이 있었다. 화장실 갈 때..학교 매점을 갈 때..도서관 갈 때.. 점심시간에 교내 작은 연.. 2017. 5. 24. 냉이꽃 추억 웰빙마트 다녀오는 길.. 길가화단에 냉이꽃이 피었다. 노오란 꽃다지 사무치게 피어난 사이사이 냉이꽃이 하얗게 하얗게 피었다. ♥ 안도현 [냉이꽃] 네가 등을 보인 뒤에 냉이꽃이 피었다 네 발자국 소리 나던 자리마다 냉이꽃이 피었다 약속도 미리 하지 않고 냉이꽃이 피었다 무엇하러 피었나 물어보기 전에 냉이꽃이 피었다 쓸데 없이 많이 냉이꽃이 피었다 내 이 아픈 게 다 낫고 나서 냉이꽃이 피었다 보일 듯 보일 듯 냉이꽃이 피었다 너하고 둘이 나란히 앉았던 자리에 냉이꽃이 피었다 너의 집이 보이는 언덕빼기에 냉이꽃이 피었다 문득문득 울고 싶어서 냉이꽃이 피었다 눈물을 참으려다가 냉이꽃이 피었다 너도 없는데 냉이꽃이 피었다 꽃말: 나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 꽃이 피고나서야 저 곳에 냉이가 있었구나.. 뒤늦게 알.. 2017. 5. 8. 낙화(落花) 어쩌면.. 가장 화사하게 피었다 가장 처절하게 지는 꽃 ♥ ♬~ 4월의 눈/허각 내게도 봄날이 올까요 따스한 봄날이 올까요 스무 살엔.. 이런 생각을 했었죠.. 서른이 넘으면 무슨 낙으로 들 살까? 가장 푸르른 청춘을 흘려보내고 나면 사는 일이 왠지 시들해질 것만 같았거든요. 서른 살엔.. 아무 기억이 없어요. 아이들 꼬물꼬물 키우느라 오로지 거기에만 정신팔려 살았더랬죠. 마흔 살엔.. 나로선 파란만장했더랬어요. 접어두었던 자아가 스믈스믈 기지개를 켜고.. 잠시 아내가 아닌 엄마가 아닌 나를 돌아보게 되는 여유도 조금 생겼죠. 그러면서 이런저런 방황과 갈등과 번민도 생겼더랬죠. 그래도 마흔살.. 여자로서 여인으로서 가장 성숙하고 아름다왔던 시절이었던 거 같아요. 쉰 살.. 피부로 느껴오는 것들이 많아요... 2017. 4. 28. 이전 1 ··· 5 6 7 8 9 10 11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