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면..
어디선가 상큼한 향기가 난다.
풋사과향 같은
풋풋하고 싱그러운 향기가 난다.
하얀 쮜똥나무꽃 향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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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숙아, 눈 감아 봐."
우리의 교정이 푸르러 가는 오월 어느 날였을 것이다.
벗님이가 나에게 눈을 감아보란다.
" 이게 무슨 냄새 같아?"
"흐음~사과냄새가 나는데?
" 눈 떠 봐."
내가 눈을 떴을 때..
벗님의 하얗고 갸느린 손에 나무잎사귀 하나가
살짝 찢겨진 채 들려있었다.
"향숙아, 이 이파리에서 사과향이 난다."
" 정말 그러네.."
어쩌면 그날 벗님의 손에 찢겨진 채 들려있던 잎사귀가
이 쥐똥나무잎사귀가 아니였는지도 모른다.
그냥 쥐똥나무꽃 하얗게 피어 그 향기 흩날리면
그날의 벗님이 생각이 나고..
어디선가 풋사과향이 나는 것만 같다.
그 추억 때문에 길을 가다 괜히 쥐똥나무 잎을 하나 똑 따서..
이파리를 찢어 코 끝에 대어 보곤 한다.
그러면 그날 내 코 끝에서 나던 그 향기가 난다.
상큼한 풋사과향이 난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