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뒷껸..작은 쉼터에 등나무꽃이 피었다.
어쩌면..
등나무꽃은 가장 화들짝 피었다 화르르 져버리는 꽃이 아닐까..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보라빛 등나무꽃이 피었길래..
내일쯤 담아야지 하고 미루다..며칠 뒤 가보면..
그새 화르르 져버려..결국 사진에 담지 못했었다.
올해는 피는 걸 보자마자 바로 담았다.
♥
♬~ Yesterday on ce More Carpenters
세월이 지나 과거엔 어땠는지
뒤돌아 보니 오늘날은
내가 누렸던 그 행복한
시절들에 비해 좀 처량해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해 버렸어
중학교 교정엔 등나무 터널이 있었다.
화장실 갈 때..학교 매점을 갈 때..도서관 갈 때..
점심시간에 교내 작은 연못에 갈 때..
열 네살 중학교 새내기인 우리는 삼삼오오 팔짱 끼고 꺄르르 웃으며
이 등나무터널을 지나가곤 했다.
내 기억으로 나와 벗님를 포함한 우리반 몇몇 친구들은
이 등나무 아래를 청소하는 당번이였었다.
여름날이면 남자 검지손가락보다 더 굵고 통통한 애벌레가 출현을 해서
우리는 비명을 꺄악꺄악 질러대며 호들갑을 떨곤 했었다.
우리는 청소 보다는 이 등나무 아래에서 깔깔거리며 장난치는 일에 더 몰두했었고..
가끔 그 등나무 아래를 지나가시는 선생님이 계시면 꾸벅 절을 하며
괜히 열심히 청소하는 척 하곤 했었다.
한날은 우리 학교에서 젤로 무서운 수학선생님께서
(임신 중이신 여자선생님이셨다.)
늘 들고 다니시는 회초리를 휘두르며 씩씩하게 지나가시길래..
한껏 쫄은 우리는 또 꾸벅 인사를 드렸다.
선생님께서 나란히 서서 꾸벅 인사를 하는 우리를 힐껏 보시고는
회초리를 휘이휘이 저으시며..저리 비켜..비켜..하시며
특유의 씩씩한 걸음으로 지나가셨다.
평소엔 교실이 떠나가라 왁자지껄하던 열 네살의 우리들은
수학수업이 있는 날이면 아침자습시간부터 교실 안은 수학공부 하느라 조용했다.
항상 수학개념에 대해 질문을 하셨는데..
만약 조사 하나라도 틀리면 손바닥을 맞아야 했었다.
선생님 덕분에 중 1 수학은 개념부터 확실하게 익혔었던 것 같다.
그때는 그냥 무섭기만한 호랑이 선생님이셨는데..
40년 가까이 흐른 오랜 세월 후에도..이 등나무만 보면 선생님 생각이 난다.
그냥 아스라하고 그리운 추억 속에 선생님이 계시다.
방과 후에 우리반 애들 몇몇은 아기 낳고 휴직 중이신 선생님 사택을 찾아갔었다.
아주 귀여운 딸아이가 있었고..작은 사택 안은 다소 어수선하고 오밀조밀 소박했었다.
선생님댁에서 본 선생님은 학교에서 뵌 그 무서운 모습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이
다정다감하셨다.
"너 참 예쁘게 생겼네.."
나더러..너 참 예쁘다..예쁘다..두 번이나 말씀해주셔서..
그날을 특별히 더 기억하는지도 모르겠다.
등나무만 보면..
보라빛 등나무꽃이 화르르 피어나면..
나는 벗님과 함께 했던 학성여중에서의 그 일 년이 생각난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오버랩 되곤 한다.
- 벗 님 -
'♥삶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싸리꽃 추억 (0) | 2017.06.23 |
---|---|
풋사과향이 나는 쥐똥나무꽃 (0) | 2017.06.07 |
냉이꽃 추억 (0) | 2017.05.08 |
낙화(落花) (0) | 2017.04.28 |
차창을 스치는 봄 그리고 추억 (0) | 2017.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