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가족 이야기421

논둑길 따라 멀리서 바라만 보았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논둑길을 걸어볼 심산으로.. 오후 한나절 또..길을 나섰다. 들녘엔 누렇게 벼가 영글어 가고 있다. ♥ ♬~ 잊으리 솔직히 시댁에선 마음 편히 쉴 곳이 없다. 커피 한 잔 여유로이 마실 곳도 마땅치 않다. 제삿날이라고는 하지만 딱히 할 일도 없다. 저녁 먹고 젯상에 올릴 나물과 탕국만 끓이면 된다. 안방엔 둘째 아주버님 내외가.. 거실엔 어머님이랑 시누가.. 내남잔 아랫채에서 쿨쿨.. 아버님 돌아가시고 아랫채엔 가지 않는다. 자주 앉아 시골냄새를 맡곤 하던 아랫채의 툇마루에도 절대 앉지 않는다. 너른 마당 어디에도 내가 앉아 커피 한 잔 마실 곳이 없다. 어디 한 곳 편한 데가 없어.. 밖으로 나와 강둑을 걷거나 마을을 걷는다. - 벗 님 - 2019. 10. 12.
시골 마을 점심 먹고 또 강둑길로 나왔다. 커피 한 잔 들고.. 커피향을 음미하듯 느릿느릿 걷는다. 강둑길을 따라 걷다가 이번엔 시댁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본다. ♥ ♬~ 천 년을 빌려준다면 / 박진석 몇 호 되지도 않는 시골마을.. 한 채 두 채.. 폐가가 늘어나고.. 적막하다 못해 을씨년스런 느낌마저 든다. 이 골목길에 아이들 웃음소리 사라진 지는 너무 오래.. 한 분 두 분..마을 어르신들 떠나고 나면.. 그나마 남았던 사람의 온기도 사라지겠지.. - 벗 님 - 2019. 10. 11.
강둑길 따라 아주버님 두 분은 미리 오셔서 제사상 차릴 장을 다 보아두셨단다. 두 아주버님이 젯상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지 싶다. 아버님 돌아가신지 아홉 해.. 그 동안 막내인 내남자가 줄곧 제사상 차릴 장을 보아왔었다. 두 동서도 대구 고모도 아직 오지 않았다. 내남잔 욱호씨랑 차 한 잔 하고 오겠다며 나만 떨궈놓고 가버리고.. 시댁에 있는 것이 갑갑해서.. 어머님께 인사만 드리고 나도 곧바로 강둑으로 나왔다. 강둑길엔 보라빛 나팔꽃과 다홍빛 유홍초가 알록달록 지천이다. ♥ ♬~ 송인 / 장윤정 강둑길을 걷고 걷고.. 배회하듯.. 갈 곳 없어 헤매이는 부랑아처럼.. 한참을 걸었다. 왜 시댁의 강둑길엔 코스모스 하나 피어있지 않을까.. 그것마저 불만스럽다. 이토록 유홍초가 곱게도 피어 지천이건만.. - 벗 님 - 2019. 10. 11.
엄마방에서 꺼낸 추억사진 몇장 엄마네 벽장에 있는 술창고.. 대부분 선물로 들어온 것들이다. 저 아랫칸에는 엄마가 담그신 담금주들로 또 가득하다. 생전 아빠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으셨다. 아니..못하셨다. 전혀.. 그 체질을 물려받아 다섯 딸들도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특히 나는 술 알러지라 할만큼.. 무슨 술이든 두 잔만 들어가면 몸에서 거부반응이 즉각 온다.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목 부분에 하얀 반점이 생기기도 하고.. 팔다리가 뻣뻣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지곤 한다. 반면 울 엄만 술을 반주로 드실만큼 즐기시는 편이다. 어쨌거나 술창고의 저 많은 술들은 울 집에선 그냥 장식용이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다섯 사위들조차 처갓집에 와서 술판을 벌인 적이 없다. 각설하고.. 문득 엄마네 안방에 놓여진 사진액자가 마음에 들어와 몇 .. 2019. 10. 4.
아빠의 다섯 번째 기일 울 아빠 먼 길 가신 지.. 어느덧 다섯 해가 흘렀다. 아빠 젯상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젯상을 차리고 있는 내 동생들.. 마음이 시큰해진다. ♥ ♬~ 천의 바람이 되어 / 임형주 오늘 갑자기 우나가 내게 물었다. "엄만 과거로 돌아가서 딱 일 년만 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 그냥 다른 생각은 나지 않았다. 울 아빠 살아계시던 그 시절 어디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아주아주 어릴 적 내 유년의 그 날로 돌가가면 더 좋겠다는.. 젊고 훤칠하시고 눈웃음이 눈부셨던 젊은 날의 아빠 모습이.. 왈칵 그리워졌다. - 벗 님 - 2019. 10. 3.
친정 가는 길 음력 8월 마지막 날이 울 아빠 먼길 가신 날이다. 내남잔 업무 보고 저녁에 오기로 하고 SRT 타고 나 홀로 친정 가는 길이다. 동탄역.. 처음이라 한 시간 여 일찍 나왔다. 지하 6층까지 내려가 내가 탈 위치를 굳이 미리 답사한다. 요즘은 외출하면 바짝 긴장을 한다. 혹여 차를 잘못 타지는 않을까..실수하지는 않을까.. 점점 어리버리해져 가는 나를 느낀다. 다시 지하 2층? 에 있는 롯리에 앉아 아이스 라떼 한 잔의 여유를 누린다. 역사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막연한 설레임이랄까.. 어릴 적 소풍 가는 날의 설레임처럼.. ♥ ♬~ 사랑의 인사(영화 '봄날은 간다 OST)-이소정 약간의 고소 공포증과 폐쇄 공포증이 있는 편이다. 지하 6층의 역사에 앉아 있으려니 답답하고 두려웠다... 2019. 10. 3.
친정 이번 추석엔 차가 좀 덜 막혔다. 3시간 여.. 엄마네 집에 다들 모였다. 주야가 어묵탕이랑 김치찌개를 해놓았다. 손도 크고 재빠르고 음식 솜씨도 좋은 우리 주야.. 무얼 하든 다 맛나다. 우루루 모여든 아이들..게 눈 감추듯이.. 스물두 명..친정 가족이 다 모였다. 춘천 큰 아주버님께서 친정식구들과 함께 먹으라며 춘천 닭갈비 세트랑 멜론 박스를 따로 준비해 주셨다. 덕분에 우리 친정식구들 맛난 춘천 닭갈비로 저녁을 먹는다. 둘째 아주버님께선 지난번 주문해 주신 커피원두를 또 주문해주시겠다고.. 내가 아주버님 복은 있는 건가?? 동생네 식구들 우루루 자기네들 집으로 돌아가고.. 추석 다음날..엄마는 명절 뒷정리로 바쁘시다. 워낙에 깔끔하시고 꼼꼼하신 울 엄마.. 이렇게 우리가 다녀가고 집안 정리하는데 .. 2019. 9. 22.
아빠 산소에서 영덕 가는 도로가 새로 생기고.. 시댁에서 울 아빠 산소가 있는 내고향 영덕까지 불과 사오십분.. 친정식구들도 차례 지내고 바로 출발했다기에.. 얼추 시간 맞춰 여유롭게 출발했다. 우리 가족이 가장 먼저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정식구들이 하나 둘 도착했다. ♥ 아빠산소에 오면 늘 그러하듯.. 돗자리를 펴고 아이들을 위해 텐트도 치고 .. 아빠께 인사를 드리고 엄마가 준비해오신 나물과 밥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고.. 그렇게 아빠 곁에 소풍처럼 머문다. 이번 추석엔 네째 주야네 식구들만 빠지고 아이들까지 다들 모였다. 우리 네 식구..둘째 랑이네 네 식구..세째 월이네 네 식구..막내 영아네 네 식구.. 그리고 울엄마.. 고3 수능생인 광윤이도 와서는 텐트 안에 앉아 수학문제집을 푼다. 오지 못한 .. 2019. 9. 19.
장골 큰댁 장골 큰댁.. 시집 온 햇수 만큼 차례를 지냈다. 25년.. 차례 지내고 음복하고 한가해진 시간.. 우나랑 큰댁 앞의 못가로 산책을 나섰다. ♥ ♬~ 섬마을 선생님 - 이미자 내남자가 다니던 중학교는 폐교가 된지 몇 해 되었고.. 마을에 폐가도 하나 둘 늘어나고 몇 가구 남지 않은 듯 하다. 이번 추석은 너무 후덥지근하다. 안그래도 스트레스가 쌓일텐데..날씨가 한몫 더 하고 있다. 우나랑 큰댁 옥상에 있는 흔들그네에 앉아.. 맞은편으로 보이는 연못 풍경을 바라본다. 잠시 후 아래층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린다. 이제 다들 떠날 채비를 하는 모양이다. 일렬로 서서 떠나는 이들을 한사람 한 사람 배웅하고.. 우리도 떠난다. 추석 지나고 연이어 울 아빠 제사가 있고.. 시아버님 제사 부터 큰댁에 제사가 줄줄이 .. 2019.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