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에 만들어 둔 피클입니다.
엄마네 텃밭에서 키워낸 싱싱하고 빛깔마저 고혹적인 자색양파..
언제나 저 자색양파로 피클을 담습니다.
아삭한 맛도 맛이지만..저 빛깔이 하도 고와서요.
아침에 버무린 깍두기입니다.
마침 다우리에서 무를 반값 쎄일한다기에..
가을무라 하기에 단단하고 아삭할 줄 알았는데..
사각사각한 것이..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저녁에 쏭이가 깍두기 언제 먹을 수 있냐고..묻습니다.
빨랑 먹고픈 모양입니다.
"삼 일은 숙성시켜야 할 거 같아..삼 일만 기다려 봐.."
포도즙이나 배즙같은 걸 짜주는 가게 앞에
과일 박스가 산처럼 쌓여있었습니다.
맛을 보여주는데 산지직송이라 싱싱하고 달았습니다.
가격도 마트보다 저렴해서 사가고픈데..
배달은 안된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흥정을 하는데..
나보다 먼저 과일을 사려고 와 있던 아주머니께서..
어디서 마이 듣던 목소린데..하며 나를 쳐다 봅니다.
"아? 언니..언니..여기 어쩐 일이예요.?"
나는 너무 반가와 폴짝폴짝거리며 호들갑을 떱니다.
전에 다니던 센타에서 제일 인상 좋고 맘 좋아뵈는 언니..
이렇게 길에서 만나니 왜 그리 반갑던지..
왈칵 눈물마저 나오려 합니다.
"요즘 춤은 안 춰?..센타 왜 안 나와? 춤추고 시퍼서 어떻게 살아?"
"안그래도 10월 공연시즌이 다가오는데..난들 언니..왜 춤추고 싶지 않겠어요."
"언니..그냥요..이사도 하고.좀 멀기도 하고..요즘은 그냥 요가나 하구 있어요."
"언니..나 살쪘죠?"
"그래도 피부는 더 고와졌는데 뭘.."
짧았지만 정겨운 안부 나누고..
양쪽 손에..포도랑 황도 한 상자씩을 들고 멀어져가는 언니..
언니가 저어만큼 아주 작아질 때까지 나는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나두..한 손엔 황도 한 상자..다른 한 손엔 포도 한상자..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들고서..
20여분의 거리에 있는 집으로 보무도 당당히 걸어갑니다.
역시 아줌마라..남은 건 팔뚝힘 밖엔 없나 봅니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