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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나를 찾아서

by 벗 님 2010. 2. 22.

 

 

 87년 3월 3일 일기

 

오늘도 나는 동그란 공허와 네모난 모순을 안고 힘들게 간신히 걸어왔다.

조심스레 디딘 발 밑으로 생의 고달픔이 기다랗게 누워 있었다.

애써 살며시 걸었지만 생은 서럽고 허전하다고 내게 눈물 두 방울을 가져다준다.

나는 울지 않으려 하늘의 별을 찾아 보았으나

초저녁별은 아직 뵈이지 않고 파리한 초생달이 나를 더욱 슬프게 한다.

 

 

나는 지금 이렇게 존재하고 있지만

나는 나를 오래전부터 잃어버리고 무작정 살아왔던 것이다.

나는 나를 찾고 싶었다.

나를 찾아야만 했다.

그러나 어디서?

잃어버린 진실한 나 자신을 발견해야 할지 ..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꿈과 소망을 하나씩 체념해가고 있던 나는

체념 속에서 차라리 평온하였다.

비겁한 도피처였었지만

너무 외로운 나는 숨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살아온 나날이 지금의 나에겐 아무러한 도움도 되지 못한다.

 

 

 

익숙해져버린 그 삶..

외로운 나의 세상 속에서 한발자욱 뛰쳐나온 순간..

아~~나는 비틀거리며 절망한다.

엄마의 따스한 체온 속에서 처음 분리된 아가의 까닭모를 두려움처럼

나는 그렇게 무작정 울어버린다.

 

산다는 것..

이렇게 수많은 인파속에

조그만 내가 살아야만 한다는 것..

 

흔들리는 눈자위에 힘을 주며 하나도 두렵지 않은 척

고개를 들어 앞을 응시한다.

 

 

내 나약함이 드러날까..

허세를 부리면 부릴수록 본체는 더욱 또렷이 나타나고

나는 또..그것이 슬퍼 고개를 떨군다.

그러면 어느새 눈앞이 희미해진다.

 

 

 

두 뺨이 흐느낀다.

 

나는 울고 있는 것이다.

 

 

 

 

 

 

 

 

 

  스무살 벗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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