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3월 3일. 일기.
나의 언어..나의 행동 ..나의 표정에 진실만을 담아 보고 싶다.
수줍은 나는 어이없는 용감함을 발휘해 보지만
모든 것들이 어설퍼 보이기만 한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나 잔신을 더욱 아끼고 갈고 다듬어
스스로를 창조하도록 해야겠다.
지금은 마음껏 방황해보자..차라리..
세상은 얼마나 더 높고 위대하고 넓은지 나는 알아야한다.
이 조그만 카테고리 속에서
나..무엇을 찾아 이토록 허덕이고 숨가빠하는지..?
나는 안일한 삶을 알고 있지만..
그러한 삶이 결코 진실로 참삶이 아니란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갈 길 몰라 헤매이고 있다.
아~ 그러나 나는 내 이기와 자만으로 쌓았던 나하나만의 성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 곳엔 이렇게 허무한 방황은 없었다.
있는 것이라곤..벗님과 별과 눈물과 외로움..
모두 내 사랑하는 것들 뿐이였다.
아~진실한 단 한사람이 내게 없어 나는 진실해질 수가 없다.
내가 진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실한 단 한사람이 내게 없는 것인가..
왜 나는 그렇지를 못할까..?
세상사 어찌 험하고 두렵다고만 생각하고 차라리 외면할 수가 있을까?
사람 사는 곳인데..
눈물의 뜨거움을 느끼며 우리는 살고 있는데..
아~ 이토록 괴로우면 차라리 돌아가버리자. 나의 세상으로..
나 하나만의 세상에서 나 하나만의 내가 되어보자.
젖어 우울해진 눈동자에 햇살이 부셔와도..
결국 내 두 눈은 슬퍼보일텐데..뭘..
스무살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