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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나의 이야기

별빛 추억

by 벗 님 2019. 2. 10.

 

 

 

 

 

 

 

 

 

 

 

설 하루 전날..

 

초저녁 무렵에 시댁에 도착했다.

 

둘째 아주버님이랑 어머님이 우릴 맞아주신다.

 

아들 셋, 며느리 셋, 손주 일곱인데..

 

설명절에 달랑 아들 둘..며느리 하나..손주 하나..

 

 

큰아주버님네 부부는  해외여행을 갔단다.

 

큰댁 조카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작년에 결혼한 큰 조카 재범이는 공무원인데 비상근무란다.

 

둘째 형님은 바깥 사장어르신이 입원해 계셔서 병간호를 한단다.

 

우리 우나랑 둘째형님네 예린인 둘 다

 

미국에 인턴으로 가 있어서 그렇다손 치더라도..

 

다들 이런저런 사정이 있다손 치더라도..

 

 

설 명절에 세 며느리 중에 나만..

 

일곱 손주 중에 쏭이만 달랑 왔다.

 

팔순을 훌쩍 넘기신 어머님은 요즘들어

 

자주 깜박깜박 하신단다.

 

방금 한 말도 돌아서면 바로 바로 잊어버리신단다.

 

둘째 아주버님께서 심각하신거 같다고..

 

서울 삼성병원에 검진 예약을 해놓으셨단다.

 

내남잔 어머님 소식을 듣고 놀랐는지 신경이 무척 날카롭다.

 

 

 

 

 

 

 

 

 

 

 

 

 

 

 

 

 

 

 

 

 

1914

 

 

 

 

 

 

 

 

 

 

 

 

 

 

 

 

 

 

 

 

저녁 먹고 쏭이랑 강둑으로 산책을 나섰다.

 

낮엔 봄날같더니..

 

울산 엄마네 아파트 화단엔 벌써 매화가 하얀 꽃망울을 터뜨렸더니..

 

시골의 밤기온은 시리고 차다.

 

 

고개를 기역자로 꺾어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쏭이가 연신 탄성을 지른다.

 

" 엄마, 엄마, 나 태어나서 별이 이렇게 많은 거 첨 봐.."

 

" 엄마, 엄마, 어떻게 별이 이렇게 많을 수 있지?"

 

" 엄마, 엄마, 대박이야..대박.."

 

 

내 눈엔 그저 도시의 밤별보다 조금 더 많은 듯 한데..

 

쏭이 눈엔 밤하늘 별빛이 하얗게 눈부실 지경이란다.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여름밤이면 난 동생들이랑 옥상의 평상에서 잠들곤 했었다.

 

아빠가 직접 짜주신 너른 평상에 동생들이랑 올망졸망 누워..

 

여름 밤하늘 은하강물을 흐르던 그 무수한 별빛부스러기들을 하늘 가득 안고..

 

흐르는 유성을 눈으로 쫓으며

 

섬광같던 별똥별에게 오늘은 꼭 소원을 빌고말리라는 다짐을 하며

 

스르르 잠들던 유년의 추억떨기들..

 

새벽녘 눅눅해진 이불 대신 까슬한 삼베이불을 다시 덮어주시던 엄마의 손길..

 

 

 

 

꿈이련가..

 

아득한 그 시절이 그립고 그립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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