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베란다에서 바라본 달빛..
중 2..열다섯 살..
감수성이 가장 예민하던 시절에..
원치 않았지만 다시 기계체조를 하게 되었다.
정든 학성여중을 떠나 울산여중으로 전학을 하게 되었고..
소년체전 시즌이면 몇 달간 마산 과학관에 있는 체조장에서
합숙훈련을 해야 했었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들고 암울했던 시절..
♥
♬~ 하월가(何月歌) / 임형주
우리는 마산고 담장 바로 옆의 가정집에서 민박을 했었다.
민박집의 아랫채엔 작은 옥상이 있었고
난 밤마다 그 옥상에 올라가 눈물을 훔쳐야 했었다.
서러웠고 너무 힘들었고 내가 처한 현실이 정말 막막했었다.
겨우 열다섯 살이던 난
탈출구를 찾을 길이 없었고 방법도 몰랐다.
그냥 그 상황을 견디는 것 말고는..
밤마다 옥상에 올라가면 달님이 나를 반겨주었다.
담장 너머 앞집의 뒷뜰이 내려다 보였는데..
너른 뒷뜰은 나무가 울창했고 다소 음습하긴 했지만
꽤 운치가 있었다.
보름달이 둥실 떠올라 달빛 환한 밤이면 달님을 쳐다보며..
노래를 읊조리곤 했는데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냥 슬프고 처랑맞은 노랠 불렀었다.
하루는 그 날도 서러운 마음에 노랠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앞집 창문이 열리며 어떤 고등학생 오빠가 소릴 지르는 것이다.
" 야, 좀 조용히 햇!"
그 날 얼마나 창피했는지..
창가가 바로 책상자리인 듯한 그 오빠는 밤마다 내 노래소릴 들으며
얼마나 참았을까..
난 사실 노랠 엄청 못한다.
흔히 하는 말로 음치다.
그냥 밤하늘 달빛을 쳐다보면..
열 다섯 살에 견뎌야 했던 암울하던 시절이 떠오르고..
그 오빠의 좀 조용히 하라는 외침이 생각나..
지금도 흠칫 부끄러운 마음이 들곤 한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