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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나의 이야기

달빛 추억

by 벗 님 2019. 1. 31.

 

 

 

 

 

 

 

 

우리집 베란다에서 바라본 달빛..

 

 

중 2..열다섯 살..

 

감수성이 가장 예민하던 시절에..

 

원치 않았지만 다시 기계체조를 하게 되었다.

 

정든 학성여중을 떠나 울산여중으로 전학을 하게 되었고..

 

소년체전 시즌이면 몇 달간 마산 과학관에 있는 체조장에서

 

합숙훈련을 해야 했었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들고 암울했던 시절..

 

 

 

 

 

 

 

 

 

 

 

 

 

♬~ 하월가(何月歌) / 임형주

 

 

 


 

 

 

 

 

 

 

 

 

 

 

 

 


 

 

우리는 마산고 담장 바로 옆의 가정집에서 민박을 했었다.

 

민박집의 아랫채엔 작은 옥상이 있었고

 

난 밤마다 그 옥상에 올라가 눈물을 훔쳐야 했었다.

 

서러웠고 너무 힘들었고 내가 처한 현실이 정말 막막했었다.

 

겨우 열다섯 살이던 난

 

탈출구를 찾을 길이 없었고 방법도 몰랐다.

 

그냥 그 상황을 견디는 것 말고는..

 


 

 

밤마다  옥상에  올라가면 달님이 나를 반겨주었다.

 

담장 너머 앞집의 뒷뜰이 내려다 보였는데..

 

너른 뒷뜰은 나무가 울창했고 다소 음습하긴 했지만

 

꽤 운치가 있었다.

 

보름달이 둥실 떠올라 달빛 환한 밤이면 달님을 쳐다보며..

 

노래를 읊조리곤 했는데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냥 슬프고 처랑맞은 노랠 불렀었다.

 

 

하루는 그 날도 서러운 마음에 노랠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앞집 창문이 열리며 어떤 고등학생 오빠가 소릴 지르는 것이다.

 

" 야, 좀 조용히 햇!"

 

 

그 날 얼마나 창피했는지..

 

창가가 바로 책상자리인 듯한 그 오빠는 밤마다 내 노래소릴 들으며

 

얼마나 참았을까..

 

난 사실 노랠 엄청 못한다.

 

흔히 하는 말로 음치다.

 

 

그냥 밤하늘 달빛을 쳐다보면..

 

열 다섯 살에 견뎌야 했던  암울하던 시절이 떠오르고..

 

그 오빠의 좀 조용히 하라는 외침이 생각나..

 

지금도 흠칫 부끄러운 마음이 들곤 한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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