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일 연휴라고는 하지만..
쏭이는 학원 가야 하고..
우나는 주말알바가 있고..
여느 휴일과 별 반 다르지 않는 연휴..
내남잔 그냥 보내기 아쉽다며 ..
여행 가자..산에 가자..자전거라도 타러 갈까..
이런저런 제안을 해오지만.
내 반응이 시큰둥하다.
사실 요즘 나는 귀차니즘에 빠져 마냥 쉬고만 싶다.
마음도 마음이지만 몸이 안 따라준다.
이른 아침 내남자랑 둘이 홈플에 가서 장이나 봐 와서..
밑반찬이나 만들고 미뤄두었던 주방일이나 해치우기로 한다.
♥
그냥 집에서 쉬면서..
밑반찬 몇 가지 만들고..
저번에 엄마네 텃밭에서 캐온
자색양파랑 비트로
피클을 만들기로 한다.
피클 만드는 거..정말 간단한 건데..
저거 하는 것도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엄마네 다녀온 지 2주째인 지금에서야 피클을 만든다.
자색양파랑 짙은 자줏빛 비트의 색감이 너무 예쁘다.
내 손가락마다 바알갛게 자줏빛 물이 들었다.
내남잔 두부제조기로 두유를 만들기로 한다.
둘째 아주버님께서 어머님 두부 만들어 드시라고 사드린 두부제조기..
연로하신 어머님껜 저 기계의 작동법이 어려우셨던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으시고..
저번 시골 갔을 적에 내남자가 들고 왔다.
우리도 오늘 처음 사용해 본다.
콩 넣고 물 넣고 간수 넣어 전원만 켜면 ..
두부가 되고 두유도 된다.
참 편한 세상..
저녁엔 내남자가 만든 콩물에 국수 말아서 콩국수 만들어 먹었다.
시중에 파는 것 못지않게 맛났다.
내남잔 멸치조림을 참 좋아한다.
잔멸치 말고 큰 멸치를..
마트 가면 그 비싼 멸치를 한 박스나 사 와선..
본인이 직접 멸치 대가리 떼고 똥 빼고 멸치 반 갈라서
꼼꼼하게 다듬는다.
보통 한 시간 이상 거실에 앉아 멸치를 다듬곤 한다.
내남자 멸치 다듬는 동안 난..
주방일 끝내고 쇼파에서 잠시 빈둥거리고 있으니..
좀 도와 달라는 에스오에스 신호를 보낸다.
잔뜩 쌓인 멸치들을 보니 안쓰런 생각이 들어
옆에 앉아 멸치 반 가르고 똥을 빼는데..
내가 너무 건성으로 한다며 그럴 거면 냅두란다.
그리곤 한다는 소리가..
"다음에 태어나면 당신하고 절대 결혼하지 않을 거야."
나 참~~이게 뭔 소리래..?
멸치 다듬다가 이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래..?
" 아? 그러셔요? 피차일반이네요. "
"다음 세상에서 나 보거든 제발 아는 척도 하지 말아주세요."
그러곤 다듬던 멸치를 홱 던져버렸다.
그래도 산더미?처럼 쌓인 멸치를 에구 허리야 해가며
쪼그리고 다듬는 모습이 측은해서..잠시 후..
나는 다시 내남자 옆에서 함께 멸치똥을 빼고 앉았다.
솔직히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나고픈 부부가 몇이나 될까..
- 벗 님 -
재미가없기때문에...그렇게 말하는 것이겠죠...ㅎㅎ
재미있게 사시네요....알콩달콩....ㅎㅎ
- sellad (세래드)
- 2015.08.17 06:10 신고
- 수정/삭제 답글
중국여행에서 돌아오니, 제 블벗이자 사진생활의 멘토, 휴담이라는 분이 이번에 충무로에서 사진 개인전을 연다네요..ㅎ 부산에 사시는 분이라 서울 전시장이 많이 썰렁할 것 같아서.... 벗님님께 특별히 긴한 부탁 말씀 좀 드릴까 합니다. 시간 허락되시는대로, 주변 지인, 특히 <내남자> 분과 함께 귀한 걸음해 주시면 그 귀차니즘 일거에...ㅎ
제 블로그에 <초대의 글> 포스팅해 놓았습니다. 보아주시고 댓글로 힘 보태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비밀댓글]
진심은 아니시면서.....
그렇게 알콩달콩 살아가는 게
부부
부부지요
난
부부애를 과시하는 글로 느껴지는걸요
남자는 나이들면 여성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져 여성화가 되는반면 여자들은 머슴아가 된다던데~~~
멸치를 집어던졌다고~~
에고에고 불쌍한 멸치~~~
그래도 속 마음은 아닐겁니다.
두 분은 아주 정상이고 재밌게 사시는 편이라
여겨지네요.
저는 잔멸치를 좋아하는데~~
알콩달콩한 부부의 얘기 ...
영원히 두분 행복 하십시요.
아내가 다시 태어나면 나 안만난다고...하는 말이 서러워...
"다시 태어나면 당신이 날 찾아 온 천지를 돌아댕기게 앞으로 엄청 잘할거다"...라고 큰소리치고
열심히 충성하는 중입니다.
과연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요????ㅎㅎㅎㅎ
데려올 만한 아이인가요?
울, 남편은 다시 태어나도 저랑 결혼한다고 그러더라구요
저도 다시 태어나도 울, 남편이랑 결혼할꺼에요
자상하고, 따뜻하고, 세상 가장에서 나를 가장 아껴주는 사람이
남편이라 생각하는 쟈스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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