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하루..비가 내린다.
아주 후련히 쏟아지듯 내린다.
하늘은 모노톤의 우울로 짙게 내려앉았지만..
나는 차라리 이런 자욱한 날이 좋다.
식구들 전장터로 다 내보내고..
커피 한 잔을 들고 컴 앞에 앉으니..
때 맞춰 핸폰이 울린다.
"언니..오늘 산행 가요? 어째요?"
"이렇게 폭우가 쏟아지는데 갈 수 있겠니?"
"삐삐언니는 비 와도 간다 그러던데요."
"나..떡 굽고 커피 내리고 준비 다 했어요."
"그래? 난 어차피 오늘 못간다고 어제 삐삐언니한테 말했는데.."
"언니..어차피 비 와서 멀리는 못가니..준비하고 나오세요."
"글쎄..난 오늘 안갈라고 해서..지금 아무 준비도 안돼 있어."
"아참..언닌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죠..깔깔~~"
'엥? 어떻게 사비나가 그걸 캣치했지?'
바루 삐삐언니의 전화가 온다.
"오늘 어차피 비가 마니 와서..산행은 못가구.."
"드라이브나 하든지..카페같은 데서 커피 한 잔 하기로 했는데 나와.."
"언니..나 오늘 김치도 담궈야 하구.."
"보리수쨈 만드는 중인데..씨앗도 골라내야 하구.."
"아침에 허리 삐긋해서 몸도 안좋고.."
내가 이 핑계..저 핑계..궁시렁거리니..
"그래도 나와서 차나 한 잔 하고 들어가.."
"언니..애들 시험기간이라 오늘 일찍 와서요..벌여놓은 일두 많고.."
사실..비오는 날..
풍경 좋은 카페에서..김 모락한 커피 한 잔..
푹신한 쇼파에 몸을 묻고 눈빛 편한 사람들과의 수다..
그거만큼의 금상첨화가 있을까..마는..
사비나 말처럼 난 오늘 마음의 준비가 안돼 있다.
커피 한 잔의 행복한 수다와 맞바꾸고..
불량주부 벗님이 하루동안에 이루어낸 일들..
뿌듯~~므흣~~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