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저 너머에서 혀꼬부라진 소리로 들려오는 내남자의 음성..
묻지도 않았는데 자긴 술 하나도 안취했단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냐구? 묻는다.
순간..
내가 또 내남자의 생일을 까묵었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지만..
'아닌데..뭐지??'
" 야.. 임마.. 오늘이 부부의 날이잖아.."
케잌 사갈건데 무슨 케잌이 좋으냐구 묻는다.
"쵸코케잌 작은 거 하나 사오시던지용.."
'참나..우리가 언제 부부의 날 같은 걸 챙겼다구..'
♥
대학생이 된 이후로
허구헌날 자정이 임박해서야 귀가하시는 큰 딸..
학원에서 자정이 다 되어야 귀가하는 우리 자근 딸..
그러니 내남자 늦는 날이면 컴컴한 거실에서
나 홀로 무료한 날이 많고..
내남자 일찍 들어오셔도 우리 둘이는 심심하다.
딸내미들 기다리는 늦은 밤..
술 한 잔 하러 가자시는 내남자..
갱년기가 오려는지 요즘들어 늘 몸이 고단한 나..
별루 땡기지 않지만 내남자가 가자시니
쇼파에 널부러진 몸을 일으켜 주섬주섬 나갈 채비를 한다.
분위기 좋은 호프에서 시원한 생맥이나 마셨음 좋겠지만..
늘 막걸리나 모주만을 고집하시는 내남자..
막걸리에다 홍어안주를 시키고..
별 특별할 것도 없는 날..
별 특별한 대화도 없이 ..
우리 둘이는..
암모니아냄새 톡 쏘는 홍어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신다.
부부의 날이란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는 모르나..
부부의 의미를 한번쯤 되새겨 보는 날..
스무 살에 만났고..
내 나이 지천명이 코앞이니..
그럭저럭 30년 가까이 함께 한 당신과 나..
우여곡절..
파란만장하지 않은 부부의 삶이 있을까..
돌아보니 우리도 그랬다.
한결같이 사랑한 건 아니였다.
투닥투닥 싸우고 부딪치고 그러다 냉전까지 치룬 날도 많았었다.
미워 죽겠는 날도 더러 있었고..그런 날이면..
운명이라 여겼던 우리의 만남이 비껴 간 내 운명의 결과인 것만 같았다.
그러나 칼로 물베기라 그랬던가..
결국은 그 모든 장미전쟁은 칼로 물베기식으로 끝이 나곤 했다.
그 모든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지난 세월을 뭉뚱그려 보면.. 사랑..이였다.
이 남자가 나를 참 마니 사랑했구나..
사랑해 주었구나..
부부로 투닥투닥 살아온 세월..
결국은 사랑이였음을 느낀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
또 다시 미워할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젠 내남자도 나도 세월 앞에 조금씩 무기력해지는 나이다.
바라보면 괜스레 짠하고
깊어진 주름 희끗해지는 흰머리가 안쓰러운 나이다.
살아온 날들.. 살아갈 날들..
문득문득 허무하고 외로운 건 나만의 느낌만은 아닐 것이다.
내남자도 그런 쓸쓸한 날 많았을 것이다.
서로 의지하고 토닥여 주고
길을 걸을 때도 서로 손을 꼬옥 잡고..
앞으로의 세월은 그렇게
서로 기대이고 마음 의지하며 가야 하리라..
당신과 나..
♬~ 결혼기념일의 노래-사랑방
- 벗 님 -
그과정이 부부의 날을 느끼게 하네요 ㅡㅡ
마지막은 차한잔으로
으 ㅡㅡㅡ
좋은 주말 가지세요 ㅡㅡ 참 막걸리네요 ㅎㅎ?
내남자가 저남자로 변하지 않기를...ㅋ
참!
그리고 사진들이 좋아요.^^*
저두 덩달아 기분 업.....ㅋ
서로 안아주고 토닥여 주고.....
늘그막에 그래도 함께 해 줄 사람은
부부밖에 없다는 말 .....
부부의 날 다시 한번 돌아보는 말입니다
소담<------ 요 놈이 막걸리 엄청 좋아하는데
침이 그냥 꼴까딱입니다 ㅎㅎㅎ
부부 쌈 시키는 날이 되고는 하는데요
자기 친구 누구는 휴가내서 부부의 날 기념으로 여행간다는데...
뭐 하는거냐고..악을 박박...ㅎㅎ
이제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하는데~~
깊이 참고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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