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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정돈되어 있지 않은 방

by 벗 님 2015. 1. 25.

 

 

87년 8월 12일. 맑음

 

 

 

 

 

정돈되어 있지 않은 방에는 누구라도 들어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내 마음의 방은 온통 어지럽혀져 있다.

그래서 아무도 내 마음 안에 초대할 수가 없다.

더우기 내게 소중하고 반가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내 마음..

어지럽고 혼란하고 여기저기 지저분해진 나의 마음을

무엇으로 닦고 문질러 깨끗이 하여야 하나?

 

왜 이리 되었을까?

한동안 그렇게나 평온하고 고요하던 마음이 ..

어느 한 순간..

단 한순간의 심경 변화로 인해 내 온 마음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헛된 망상과 부질없는 욕망의 노예가 되어

스스로를 자꾸만 졸라매고 있는 나..

 

 

 

 

 

 

 

 

이제는 스스로를 묶었던 그 굴레의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버려야겠다.

더 이상은 타락이고 자포자기이다.

자책이고 자학이다.

그리고 죄악이다.

 

이미 죄악은 온 구석구석에 침범해 왔다.

또렷이 느끼고 있으면서도

다만 인정하려 들지 않고 있을 뿐이다.

 

 

 

 

 

 

 

 

 

 

 

 

 

 

 

 

 

 

사람이란..이래서 때론 편리한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합리화 시켜버리면 되는 것이다.

 

작금과 같은 철학과 사상이 난잡한 시대에

무엇이 완전히 옳은 것이고 무엇이 완전히 그른 것인지 ..

진정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그러니 스스로 합리화 시키고 인정하고 ..

아무렇지 않은 듯이 가장하면 그뿐이겠지!

 

그러나 진실은 결코 가장되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진실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 ~~Bilitis Theme / Antonio Serrano 

 

 

 

- 스무살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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