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가 흩날리던 날..
늦은 김장을 한다.
게으름 만탱인 난 미루고 미루고만 있던 김장..
내남자가 우리 이번 주에 김장할까?
마누라가 김장할 생각도 안하고 있으니..
내남자가 먼저 제안을 해온다.
어차피 해야 할 거..
내남자가 하자고 할 때 후딱 해치워버려야지..
장보고 가서 배추며 청갓 쪽파 생강 등등을 구입한다.
내남잔 배추 절이는 거 힘들다고..
자꾸 절임배추를 사자고 구시렁댄다.
나는 어차피 하는 거 뭐하러 비싼 절임배추 사서 하냐고..
마침 일산 장날이라 일산장에 가서..
젓갈이며 기타 장을 보고 돌아와 배추를 절인다.
어머님께서 간수 빼서 보내주신 소금으로..
나는 배추 자르고 내남잔 소금 치고..
♥
하루 동안 절이고 반나절 동안 물기 뺀 배추..
내남잔 너무 뽀드득 씻어서 애써 절인 배추를
다시 살아서 도망가게 만든다.
해마다 그랬다. 짠 거 싫다고..
김장 실패하지 않고 맛깔지게 담아보고 시퍼서..
이번엔 해마다 내남자 담당이던 배추씻기를 내가 자청한다.
모든 음식의 생명은 간이다.
배추가 짜거나 싱거우면 올해 김장도 실패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배추 간이 맛게끔 알맞게 소금기를 빼려고
배춧속을 얼마나 먹어댔는지 모른다.
배춧속 재료는 다른 해보다 간단하게 마련했다.
사과도 배도 양파도 올해는 갈아 넣지않았다.
오히려 배추를 무르게 할 수 있다고 어디서 들은 거 같아서..
대신 매실액을 넣어 감칠맛을 내고..
간이 딱 맞게끔 하려고 신경을 바짝 썼다.
무가 마니 남아서
예정에 없던 깍뚜기를 담근다.
내남자 꺼..
내 꺼..
어머님께서 보내주신 고춧가루 때깔이 유난히 빨갛고 곱다.
그래서인지 양념색깔이 빠알가니 예술이다.
쏭이가..예뻐라..예뻐라..감탄을 한다.
김치양념 색깔 보구 감탄사를 연발하는 우리 쏭이..
맛을 보더니 굿이란다.
너무너무 맛나다고 또 감탄을 한다.
전체적으로 싱겁긴 했지만..올해 김장맛은..
내가 시집온 후 최고로 맛깔지게 된 거 같다.
쏭이 말마따나 때깔도 예술이고..
늦은 김장을 해치우고 나니 마음이 푸근하다.
비록 등에 담이 와서 다음날 파란댄스팀 망년회엔 불참했지만..
김치가 맛나게 익어갈 생각을 하니..
뿌듯하다.
♬~~행운 / 나훈아
푸른 잔디밭처럼 평원으로만
가리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때로는 힘겨운 고갯길도 깊은 계곡도
넘고 지나가야 하겠지요
내가 당신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정말 어쩔 뻔 했을까
내가 당신을 만난 것은 내 인생의
내 인생의 행운이었어요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