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담글 때가 되었다.
불량주부인 나에게 김치 담그는 일이 가장 큰 일이다.
1박 2일은 투자를 해야 한다.
휴일의 하루..날 잡아 김치를 담그기로 한다.
마늘 까는 일은 항상 내남자의 몫이다.
어차피 일을 벌인 김에..
미뤄왔던 양파피클이랑 마늘장아찌 담그기도 ..
이참에 후다닥 해치우기로 한다.
♥
양 파 피클
엄마네 텃밭에서 수확한 울엄마표 자색양파..
엄마네 텃밭엔 해마다 자색양파가 참 잘 된다.
엄마가 주신 양파 중에 자색양파만 골라 피클을 담는다.
자색양파가 아삭아삭 식감도 좋고..
무엇보다 빛깔이 환상이다.
양파 하나만 까도 눈물이 줄줄~~줄~
양파까기도 내남자의 몫..
마늘장아찌
작년에 어머님이 담궈주신 마늘장아찌물..
그 장아찌물을 다시 끓여 고대로 보관해 두었다.
식초나 설탕 간장등을 살짝 더 가미해서..
씨간장 사용하듯이 나는 피클이나 장아찌물을 버리지 않고 ..
다시 재사용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간장물이 너무 찐하다.
맛이 어떨지 모르겠다.
마늘은 통째로 담가도 되는데 먹을 때마다 불편하다고..
기어이 마늘 한 알 한 알 다 까는 내남자..
하는 수없이 나도 옆에서 마늘 까는 일을 도운다.
2시간은 족히 깠나 보다.
지금 내 손가락 마디마디는 쓰리고 얼얼하다.
물집도 잡혔고..
간만에 알타리김치를 담그니 쏭이가 좋아라 한다.
알타리김치는 손질할 때 조금 번거롭다.
하나하나 다 다듬고 손질해야 하니..
그래도 알타리 김치는 대충 담궈도 익기만 하면 맛나다.
시집와서 20여 년..
그동안 내 손으로 직접 김치를 담가 먹어왔는데..
어찌 그 세월 동안에 솜씨는 하나도 늘지를 않았는지..
김치맛은 매번 다르다.
어느 때는 짜고..어느 땐 싱겁고..어느 때는 물컹거리고..
가뭄에 콩나듯이 어쩌다 맛있게 담가진 적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배추김치도 그렇고 알타리김치도 그렇고..
맛에 있어 자신이 없다.
잘 하면 맛날 수도 있고 이번에도 짜거나 싱거울 수도 있다.
나는 그냥 김치의 운명에 맡긴다.
쏭이 말에 의하면..
"엄마, 음식은 정성이야. 엄만 정성이 부족해서 그런 거야."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김치 담글 때마다 나는 마지못해서..
담글 때가 되었으니..에휴~이걸 또 담가야 하나..
귀찮은 맘부터 앞서니..
그런 맘으로 담근 김치가 맛날 리가 없는 건 당연지사다.
내가 입버릇처럼 스스로를 불량주부라고 칭하는 건..
절대 겸손한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튼 1박 2일..
주말 동안에 쏭이 시험공부하는 옆에서 하루종일 김치를 담갔다.
어쨌거나 저리 김치를 담가놓고 나니..마음이 푸근하다.
♬~ 사랑을 위하여-김종환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택하고 싶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