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롱나무꽃..
흔히들 백일홍이라고도 한다.
백 일 동안 그 붉은 꽃을 피운다고..
참 오래 피고 지고 다시 피어나는 꽃..
내친김에 오며가며 보아둔 어느 집 담장의
베롱나무를 담는다.
이젠 꽃도 거의 끝물이다.
천리까지 간다는 향..
늘 지나다니지만 그 향을 느낀 적은 없다.
코끝에 대고 맡으면 그 향이 나려나?
아님 내 코가..아니 내 가슴에 이상이 생긴 걸까?
어느 해부터인가..
분분히 떨구어져 처참히 시들어 가는 꽃의 낙화가 슬프지 않다.
외려 아름답다.
꽃의 삶을 다 살아내고 자기 앞에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숭고함..
어쩌면 이게 끝이 아니란 걸 알기에..
다시 자기의 계절이 오면 꽃은 또 활짝 생명으로 피어나기에..
꽃의 일생은 전혀 슬플 이유가 없다.
♡
슬픈 건 사람의 일생이다.
불교에서의 윤회를 믿더라도..
사람의 일생은 슬프다.
이승에서의 삶을 마감하는 사람은
누구나 슬프다.
살아 이별도 애가 끓는 일이거늘..
죽어 영원한 이별은 말해 무엇하나..
꽃들은 피고 지고 다시 피어나건만..
다시 피어나지 못하는 사람의 일생은 슬프고..
슬프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