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1월 4일. 일. 맑음
한해의 첫발을 내딛고 나는 또 방황한다.
이 한 해 동안 나는 또 얼마나 그렇게 헤매이게 될까?
그러나 이젠 무언가를 추구하며 그 무엇을 찾아야만 한다.
잃어버렸다.
그래서 울어버렸다.
그러나 나는 찾고야 만다.
열심히 살고 말테다.
그냥 그렇게 허무해 하지는 않을테다.
지치도록 온 몸과 맘을 다해 최대한으로 방황하리라.
절망처럼 허무를 느껴 보리라.
진실한 한조각 허무를 맛보리라.
온전한 절망의 숲을 헤매어 보지 않은 자..
어찌 허무를 논하더란 말인가..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미워하고..
공부하고..이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분..
엄마..아빠..그리고 내 사랑스러운..
눈물처럼 애처러운 동생들을 위해서이다.
아~오늘은 손을 흔들던 막내 태야의 천진한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얼마나 엄청난 신의 축복이란 말인가..
내 동생들..
하나같이 착하고 사랑스러운 랑이 월이 주야 영아 태야..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집은 가난하지만..
그것때문에 동생들이 가엾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마음만은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풍족하게 해줘야지..
세상은 겨울날처럼 차다.
따스한 외투 하나 없이..
자기를 지킬 이성도 없이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해서는 안된다.
이젠 강해지리라. 내 동생들을 위해서도..
나는 결코 나약해지지 않으리라.
도피도 굴복도 스스로 용납하지 않는다.
단지 진실하게 살 뿐이다.
열심히..지치도록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
우리는 결국 무엇을 지양해야 하는가
세상을 안고 그것을 경멸하지 말 일이다.
-스무살 일기 -
The Water Is Wide - Karla Bon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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