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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다이어리/♥나의 하루1

아침산길을 걸으며

by 벗 님 2011.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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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에 즐겨 듣는 노래..비와 당신..

 

♪~ 이젠 당신이 그립지 않죠..보고싶은 마음도 없죠..♪~

 

이렇게 시작하는..

 

 

 

 

 

 

 

 

등교한 쏭이의 콜렉트콜..

"엄마, 나 신발주머니 안갖고 왔어요."

꼼꼼한 쏭이에겐 처음 있는 일이다.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학교가 있는 우나는..

아직 집에서 어물쩡거리고 있고..

 

마침 아람누리 책 반납날짜도 되었고..

겸사겸사..정발산 산책도 하고..

지난번 빌려온 책들을 작은 베낭에다 챙겨넣고

쏭이네 학교로 출발..

 

쏭이에게 신발주머니를 전해주고..

쏭이네 학교 후문 쪽으로 난 산길을 오른다.

수북하게 쌓인 갈빛 낙엽들..

아침안개 자욱한 이런 날의 산길은 더욱 운치가 흐른다.

 

 

 

 

 

 

 

 

 

저 만치 앞에 한 떼의 참새무리들..

모이를 쪼는지..

부리에 잎새 하나를 문 놈이 있는 걸 보니..

월동할 집단장을 하는지..

여튼 부지런한 아침을 열고 있다.새들도..

 

 

 

 

 

 

 

 

 

야트막한 정발산의 정상..

산이라지만 등산이라기 보다 산책이라 하기에 어울리는 산..

웬만한 스포츠센타에 있는 운동기구는 다 갖춰놓은 이 곳..

아침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생기넘치는 소리..

 

 

 

 

 

 

 

 

아람누리 갈 적이면 늘 오르내리는 이 길..

더러는 오르는 사람들..

더러는 내리는 사람들..

 

아침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건강한 아침을 여는 사람들..

 

 

 

 

 

 

 

 

오늘은 사잇길로 빠져 가 보지 않은 길로 가보기로 한다.

가지런히 정련되어 있는 돌길..

나는 옆의 흙길을 밟으며 내려간다.

나처럼 흙길이 좋은 사람들이 이미 길을 내어 놓은..

길이 아니였던 길..

 

사람은 흙을 밟고 살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니..이런 산길 아니고는

요즘은 어데 가서 흙을 밟을 수 있으려나..

 

 

 

 

 

 

 

 

 

아침에 만난 행운..

숲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리길래 무심히 보았더랬는데..

내 기척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장끼..

좀 더 선명히 담았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런데..까투리는 어데 두고..홀로..

 

흠~~

암컷은 둥지에서 새끼들을 돌보고 있을테고..

저 숫컷은 새끼들에게 먹일 모이를 주우러 왔을지도..

 

 

 

 

 

 

 

 

 

간만에 와 본..아람누리..

늘 이곳 현수막엔 그달의 주요 강연이 안내되어 있다.

올해에도 놓친 강연이 참 많다.

남은 거라도 챙겨 들어야겠다.

 

 

 

 

 

 

 

 

 

 

 

 

베낭에 대출한 책을 넣고 다시 돌아가는 산길에..

부슬부슬 가을비같은 비가 내리고 있다.

저만치 앞에 남자 둘이 운동을 하다가..

이 아침 베낭을 메고 비 내리는 아침산길을 홀로 걷는 아낙을 흘깃거린다.

 

남자들이란...

 

 

빨간 짚업후드의 모자를 덮어 쓴다.

내남자 머리 어느새 비어가는 거 보니..

나도 이젠 머리관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얘지고 가늘어지는 내남자 머리칼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해진다.

 

 

 

 

베낭에 읽을 책꺼리를 메고 산길을 걸으니..

문득..내가 행복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연탄불로 따뜻해진 자취방 아랫묵에 배를 깔고..

중도(중앙도서관)매점에서 사온..

그 당시 내가 가장 좋아하던 네모난 빵..양도 참 많았던..

그 빵을 먹으며..

엄마가 사주신 빨간 담요를 덮고..

역시 중도에서 대출해온 책들을 읽던..

그 순간들 ..그 기억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고만큼이면 충분히 행복했던 그 때가 떠오른다.

 

책과 빵만 있으면..

덤으로 비마저 내리면..

바랄 바 없이 행복했던 시절..

 

아직 사랑의 괴롬도 삶의 무게도 모르던..

철없던 시절..

 

 

머..이러냐..잘 나가다가..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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