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6월 21일. 흐림. 12시35분
미정이가 왔다갔다.
어저께는 셋이서 (미정..나..그..) 캠퍼스에서 보냈다.
훌쩍 쪽지 한 장을 남겨두고 미정이는 가버렸다.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미정이를 아무런 위로의 말도 해주지 못하고..
가는 줄 알면서 ..그냥 보내버렸다.
난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말 난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외로움도 찾아오지 않는다.
참 이상하다.
<좋아해..>
둘인 손을 잡고..
꼬옥~잡고..
전해오는 느낌..
야릇한 느낌..
너의 체온..
너와의 만남에 감사한다.
내 외로움을 앗아버린 네가 밉지 않다.
2시가 기다려진다.
너를 만나기때문에..
6월 23일. 07시10분. 비
엊저녁부터 비님이 장하게도 내리신다.
정애에게 편질 쓸려고 펜을 들었지만 난 몇자 못 적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내 감성이 이토록 말라버렸나..
땅 위에 뿌려지는 저 빗물은 누구가 서러워 우는 눈물인가..
어제는 그를 보지 못했다.
단 하루 보지 않았는데..어쩜 그리 보고싶을까..
빈 방에 홀로 누워 ..혹시나?
기다렸다.
그리웠다.
내가 벌써..사...랑...
아닐꺼야..
난 아무것도 모르는 걸..
잔디에서 있었던 일..
기숙사에서 집까지 바래다 주면서
세 번..
내게 이마와 뺨에 입맞추었다.
어깨를 감싸안은 너의 손길이 말할 수 없이 포근했다.
"숙아 , 한 번만 안아보자."
"싫어.."
"숙아, 한 번만 안아보자."
" 싫어.."
"숙아 한 번만.."
"싫다니깐.."
세번..
이것만은 거절하고 싶었다.
아직은 내 모든 것을 고이 간직하고 싶고 ..
사랑을 알게 되었을 때..
이것이 사랑이라고 확실히 느낄 수 있을 때..그땐..
모르겠다.
이런건 부차적인 문제다..
정신적인사랑..진실한 사랑..에..
어제는 또 벗님이를 생각했다.
그리고 둘의 만남을 상상했다.
6년만에..내 마음 모두를 차지했던 벗님이를 만난다.
설레인다.
이번에 울산에 내려가면 꼭 한번 만나보리라..
비님은 아직도 마음의 창에 내리고 있다.
울고 있는 저 비는 아마도 내마음을 알겠지..
<스무살의 일기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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