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년 6월 5일. 흐리고 바람.
축제 마지막 날.. 날 듯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그와의 약속시간을 지키지 위해 설렘을 안고 부랴부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그뿐.. 오늘 하루 내게 남은 건 무언지.. 하루를 돌아볼수록 자신이 미워진다. 나란 아이을 내가 알 수가 없다. 순수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사랑하리라..그리고 진실하게 살아야지.. 그와 나.. 우리둘은 어떡해야하나.. 난 어찌해야 하나.. 모르겠다 . 알 수가 없다. 친구.. 난 아직 어리기만 한 걸.. 사랑을 알기엔..받아들이기엔.. 내 마음이 너무 여리기만 한 걸.. 그리고 아직은 그냥 모르고 싶은 걸.. 두려운 걸.. 아직도 두렵다. 그와의 만남이 서로의 가까워짐이.. 차라리 혼자이고 싶다. 차라리 외로와지고 싶다. 내 지나온 삶이 그랬듯이 만남이 있어 기뻤고 외롭지 않았다. 그러나 처음으로 다가온 이성과의 만남.. 이렇게 큰 불안감과 두려움을 주는 건 왜인지.. 내가 어린 걸까.. 그와의 만남이후의 내 행동들이 과연 바른 행동들이였을까.. 아~난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였었는데.. 아직도 이성간의 사랑을 알기엔 까마득하다. 이건 어리석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과 통한다. 남자.. 내게 있어 아무런 의미도 아니였던 존재.. 벗님이에게서 편지가 와있었다. 방문을 연 순간 ..어둠속에 자리잡은 하얀 봉투가 얼마나 내맘을 설레이게 했고.. 충만하게 했었는지.. 문득..선생님이 그립다. 86년 6월 6일. 04시 55분. 비.
<도대체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사귀고 하는데
무슨 목적으로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라는 단서가 꼭 필요한가?
그 목적을 생각하는 것은 순수치 못한 것이다.>
시내를 나갔다.
뚜렷한 목적 없이 끌리다시피 돌아다녔다.
조금은 즐거웠다.
그러나 남는 건 없다.
<매트헌터> 영화 한 편을 보고..택시로 왕래했다.
세상은 자꾸 편하고 환락적인 곳으로만 향하고 있다.
진정한 목적과 인간 본연의 자세를 잃어버린 채 순간의 쾌락에 발을 담그고 있다.
차라리 그 시간동안에 책이나 읽었더라면..
그래도..버지니아울프의 생애를 그린..목마를 타고 떠난 그대..라는 책 한 권을 선물받아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버린다는 것은 자기삶을 잃어버리는 거나 다를 바 없으리라..
소중한 순간순간을 아끼고 보듬어야 하리라.
<도대체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사귀고 하는데
무슨 목적으로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라는 단서가 꼭 필요한가?
그 목적을 생각하는 것은 순수치 못한 것이다.>
그와 만나면서 생각했던 내마음과 일치한다.
정말 아무런 목적도 이유도 없이 만남..그 자체를 생각했다.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힘이 든다.
좋아한다..
사랑..
결혼..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기마련이고
좋다가도 싫어지는 게 우리네 사람들의 마음일진대..다 부질없다.
오는 느낌 그대로를 받아들이고..전하고픈 느낌 그대로를 전하면 그 뿐이다.
그래서 싫어지면 그 또한 미련두지 말일이다.
진실..그대로가 가치없어진다면 모든 게 부질없어질게다.
아직도 혼란하다.
내가 써놓고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스무살 일기 中 >
- 벗 님 -
'♥추억 > 스무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고있는 저 비는 내마음을 알겠지.. (0) | 2011.09.04 |
---|---|
니가 좋다 (0) | 2011.09.02 |
사랑이란게 그렇잖아요. (0) | 2011.08.30 |
내 젊은 날들에게 부끄럽지 말도록 (0) | 2011.08.28 |
사랑이란 말은 하지마 (0) | 2011.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