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6월 2일.
참 피곤하다 .
다리도 아프고 마음도 혼란하다.
왜 이런지..
축제전야제..
주막촌에서 종일 전을 부쳤다.
지금 자정으로 향해가는 시간..
내가 왜 이리 갈피를 못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미정이가 찾아왔다.
기뻤다.
그러나 단순한 기쁨이외에는 다른 어떤 느낌도 느낄 수 없었다.
그가 아프다.
바보같이 맨날 아프기만 하다.
어쩐지 안돼 보였다.
난 누구일까..
모두에게 난 어떤 의미일까..
너에게 난 또..무엇이라 이름할 수 있는지..
너무도 무책임하고 소홀한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왜 도피하려고만 했고 외면해버렸는지..
이제금 후회하지만..그게 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아무도 내마음을 모른다.
나조차 알 수 없는 이 마음을..누가 알아줄까..
지금 내눈망울에 맺히는 이슬은 왜..
무엇때문에..
거울 속의 나를 본다.
철부지적 그 넘쳐나던 소망과 티없던 미소는 어디로 가고..
서글픈 눈매의 내가 초라하기까지 할까..
우울했다.
차라리 혼자이고 싶다.
외로와도 좋다.
외로움이 내게 다시 찾아온다 해도 울진 않으리..
지금 눈물이 흐를 것만 같지만..이건..
외로와서가 결코 아니다.
벗님이의 편지가 몹시도 기다려진다.
그대는 아는가 레몬이 꽃피는 나라를
짙은 나무그늘에 황금빛 오렌지가 반짝이고
푸른 하늘에서 잔잔한 바람이 불고
미테르꽃은 고요하고
월계수가 높이 솟아있다.
86년 6월 3일.
오늘 하루일을 돌이키려니 부끄러움이 앞선다.
그러나 내마음을 속시원히 털어놓으려 마음 먹으니 차라리 푸근하다.
이렇게 펜대에 마음을 실을 수 있어 좋다.
순간순간 스치우는 내 삶의 영상들을 하나도 놓치지 말고 ..
추억이 될 기억속에 꼭꼭 채워 넣어야겠다.
그에게 미안했다.
나의 행동 언어가 얼마나 옹졸했던가..반성해본다.
하루.. 얼마나 진실하게 보냈는가..
아~난 뭐라 대답해야 하나..
한동안의 나를 돌이켜본다.
방랑이였다.
덧없는 헤매임..바로 그것이였다.
주관없이..이성이 혼란된 상태로 허덕여야만 했다.
그래서 이제금 남은 건..혼돈..
정신을 가다듬고 차근차근 정리해야겠다.'
얼만큼 생에 충실할 수 있을지..그걸 생각해야겠다.
나를 둘러싼 나의 사람들..소중한 그들에게 난 무엇을 줄 수 있을런지..
내 이성을 불러보자.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지 정리 되었느냐고..물어보자.
♪~사랑란 게 그렇잖아요..눈물없인 안돼잖아요..
캠퍼스 잔디에 울려퍼지던.. 사랑가..
종일 내 기억속에서 맴돌고 있다.
눈물없인 안되는..사랑..
내 마음을 속인 거만 같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무엇이 두려운건지..
왜 두려운건지..알 수 없다.
모든 게 알 수 없는 거 투성이다.
지금 이 시각..그는 무얼 생각하고 있을지..
난 지금........................................
널...
-스무살 일기 中 -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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