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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내 젊은 날들에게 부끄럽지 말도록

by 벗 님 2011. 8. 28.

 

 

 

 

 

 

86년 5월 24일

 

 

 

 

 

 

 

 

그가 병영에서 돌아오는 날..

 

기다린 오늘이였다.

만남은 기쁜 것이다.

더구나 그리웠던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러나 실망..

무엇이 내게 실망을 안겨주었는지..

내가 너를 그리워했는지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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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 6월 1일

 

 

'일기를 쓰지않는 것은 자기생활을 회피하는 것이다.'

 

울산에 다녀왔다.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나의 사람들..

엄마..아빠..

사랑스러운 동생들..랑이,월이,주야,영아,태야

한동안 난 이토록 소중한 나의 사람들을

잊고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게 가족보다 소중한 것이 어디 있다고..

 

아빠는 검게 그을리신 모습이였고..

엄만 전보다 더 수척해 보이셨다.

내 가슴에 쓰린 아픔이 전류되어 흐른다.

대학에서의 그동안의 생활들이

엄마아빠께 죄스러운 것 뿐인 것만 같아..

 

 

 

무엇이 내게 기쁨이였고..무엇이 내게 행복이였는지..

내 지금의 생활이 과연..

내 이성이 지향하는 길이였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남는 건..허무..

 

 

 

 

 

 

 

 

 

 

 

그는 내일부터 도서관에 박혀서 공부를 할거라 한다.

내일부터는 축제기간인데..

같이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그가 마음을 잡아 공부를 한다니 그것이 나는 더욱 좋다.

그리고 나는 너의 도움이 되고프다..해방꾼이 아닌..

 

옆방 경보아지야랑 주막촌을 하기로 했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원했던..대학에서의 나의 낭만이다.

 

 

공부..공부의 의미..

고생하시는 엄마, 아빠..그리고 가난한 우리집때문에..

내 동생들은 자꾸만 커가고 엄마,아빠의 능력은 한정되어있고..

난 우리집의 장녀이기때문이다.

언제나 기억하고 다독거려야겠다.

엄마..아빠..내 동생들..

 

 

버스를 타고 캠퍼스로 돌아오며..

그를 만나다는 생각에 내마음은 꽉 차 있었다.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하나의 작은 행복으로 젖어온다.

 

어저께 꿈에 그를 보았다.

꼭 잡은 손이 싫지만은 않았다.

내일은 일찍 도서관에 가야겠다.

영어공부를 좀 해야겠다.

 

 

 

내 젊은 날들에게 부끄럽지 말도록..삶에 최대한 충실해야겠다.

 

 

 

 

 

 

 

 

 

 

- 스무살 일기 中 -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