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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산 이야기

추읍산-선배님들과의 안개산행

by 벗 님 2010. 11. 29.

 

 

 

 

안개 자욱히 내리던 하루..내남자와 난 추읍산으로 향한다.

난..약간의 설렘을 가슴에 안고..

어쩌다.. 정말 우연히..우리과의 산악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같은 과 같은 학번인 내남자와 난..어쩌면 캠퍼스를 함께 누비던

젊은 추억 속의 선배거나 후배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그런 설렘과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안개자욱한 하루 속으로 걸어간다.

 

대학을 졸업한지도 어언..20년쯤 되었나 보다.

 

 

 

 

 

 

 

 

 

용산역..

여기서 만나기로 했다는데..

어찌 시간에 늦을까..버스 타고 택시 타고..

 

울집에선 멀고도 먼..이 역사까지 왔건만..

한참을 헤매여야만 했다.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일행에 합류한 내남자와 나..

보니..몇몇 젊은 후배님들도 있지만 다들 대선배님들이시다.

86학번이라 하며 인사를 꾸벅 드리니..

67학번이라며 악수를 청하시는 선배님..

나 태어나던 해에 대학을 다니셨단 말씀..와우~~~

 

 

 

 

 

 

 

간단한 악수만 나누고 일단 산행을 하기로 한다.

종일을 안개가 내리던 가을 끝자락의 어느 하루..

 

안개 자욱히 흐르던 강가의 풍경은 고즈넉하고

다소 몽환적였다.

 

 

 

 

 

 

 

우리가 지나는 다리 아래에서

투망이라 그러나?

여튼 저 그물같은 것으로 고기를 잡는 풍경..

 

내가 빠진 남자..

브레드피트를 두 번째로 만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속의 한 장면인 양..

아름다웠다.

 

 

 

 

 

 

 

산길엔 제몫의 삶을 다한 갈빛 낙엽들이 수북하고.

모노톤의 습기가 베인 가을 숲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행렬도..아름다웠다.

 

 

 

 

 

 

 

 

뒤쳐져 오는 일행들을 갈림길에서 기다리는 동행인들..

 

내남자와 나에게..

"둘이 연애하느라 공부는 어찌 했누?"

"전 공부 잘 했는데요..이 남잔 별루였어요."

 

하하~~그러고 보니..

시험기간 때면 둘이서 러브로드며..

농대 초원을 더욱 헤매 다녔었던 거 같다.

그러다..장학금을 놓치고..

엄마아빠께 얼마나 죄송했었던지..

 

 

 

 

 

 

 

길을 잃었다.

인적 드문 산길..숲은 우거지고..

길은 더이상 보이지 않고..

 

그렇게 우리 일행은 여러번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산길을 헤매였다.

 

 

 

 

 

 

 

 

어느 집안의 돌보지 않은 스산한 무덤가에 올랐고..

돼지사육장이랑 가축사료만드는 곳을 코를 막고 지났고..

어느 큰 교회앞을 지나 교회공동묘지를 올랐고..

 

그러다..결국 산초입부터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알고는..

왔던 길 되돌아 와..저 강둑길을 다시 건넌다.

 

산길을 걸으며 제일 싫은 건..지나간 길을 다시 가는 것이다.

 

 

 

 

 

 

 

 

그렇게 헤매이고 돌고 돌아..드디어 찾은 추읍산 초입의 다리..

결국 반나절 동안에 우린 산행을 시작도 못한 거다.

 

저 여자분..나랑 같은 학번인데 야간을 다니셨단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앞면이 있는 듯도 하였다.

가끔 야간수업에도 들어가곤 했으니..

 

정치에의 꿈이 있어..

두 번이나 구청장에 출마 했다가 고배를 마신 모양..

그런데..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해볼 거라 하신다.

 

 

 

 

 

 

 

 

일부 선배님들은 아예 산행을 포기하시고..

몇몇분은 저 정자에서 그냥 앉아 쉬었다 내려가신단다..

내남자랑 나랑 후배님 한 분은 일단 정상을 찍고 오기로 한다.

 

그러나..오늘은 산행을 하지 말라는 날인지..

결국 막다른 길을 만나고..그예..

기운 빠진 우리도 오늘 산행은 포기하기로 한다.

 

 

 

 

 

 

 

산아래로 다시 내려와 만난 풍경..

안개 자욱히 내린 날이라..강가의 풍경은 한층 더 운치가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 그 영화..

브레드 피트도 까무룩하게 멋졌지만..

햇살에 반짝이며 흘러가던 빛부신 강가에 서서

낚싯대를 던지며 고기잡던 세 부자의 모습..

 

참 잊히지 않는 눈무시게 아름다운 영상이였다.

 

 

 

 

 

 

 

 

먼저  내려와 쉬고 있는 연로하신? 선배님들..

 

이건 뭐지?? 겨울 난로인 듯..

 

 

 

 

 

 

법정계열이다 보니 여자가 귀해서..이 여자분들은 초청? 된 분들..

유재석처럼 진행욕심이 많으신 어느 선배님 덕에..

시시콜콜 ..각자의 근황을 돌아가며 다 얘기들을 한다.

 

사업 번창하고 있단 이야기..

자식들 대기업에 취직했다는 이야기..

승진 했다는 이야기

시집 장가 갔단 이야기..등등~~

 

다들 웃으며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고..

박수 받은 보답으로 멋진 맨트 날리며..건배를 제안하고..

 

 

 

 

 

 

 

 

추읍산을 결국엔 오르지 못했지만 의미로운 만남의 하루였다.

 

각자의 시대는 달라도 

같은 캠퍼스 혹은 같은 교수님 아래에서 ..

같은 학문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만난 사람들..

어쩌다 보니 나랑 내남자가 제일 막내뻘이었다.

 

우연처럼 ..아버님 장례식장 바로 옆의 장례식장에서

내남자와 나의 대학동기의 큰어머니 장레식이 있었고..

그 친구로부터 우리과 산행모임이야기를 듣고

함께 하게 된 대선배님들과의 산행..

 

그리고 참 우연스러운 건..

장례식장 화장실에서 상복을 입은 여인이 나를 자꾸 힐끔거리더니

참 반갑게 아는 체를 한다.

이리저리 입을 맞추다 보니..

내가 다니는 센타에서 같이 운동을 하는 여인이였고..

시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데..

내 대학친구더러는 도련님이라 그런다.

우리 사는 곳에선 참 머언 이런 곳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우연처럼 만나지다니..

 

 

 

 

사람의 인연이란..모르고 모르는 일이다.

 

언제 어느때 ..어디에서 누구와 우연처럼 만나질지..

 

그건 정말 모를 일이다.

 

 

 

 

 

 

여전히 흐리고 늦은  오후..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어 멀리 산아랫자락 마을엔

 

밥 짓는 연기가 아슴히 피어오르는 듯도 하고..

 

전깃줄에 걸린 하얀 낮달이 하 이뻤던 하루..

 

 

 

 

 

 ㅡ벗 님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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