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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산 이야기

내 생일날에-김포 가현산

by 벗 님 2010.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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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남자..

 

내 생일 전날에 인터넷 서핑을 해서

양식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분위기 괜찮은 레스토랑을 물색해 두고..

 

마침 토욜이라

산책처럼 가비얍게 산행을 다녀 오기로한다.

 

아파트 화단에 떨궈진

제 묷의 삶을 다한 낙엽..한 떨기..

 

 

 

 

 

 

 

집에서도 가깝고 야트막 해서 ..

가볍게 오르기로 한 김포 쪽의 가현산..

 

네비가 엉뚱한 곳으로 안내해서 좀 헤매다 찾아왔다.

 

 

 

 

 

 

 

 

오르막 산행을 할 땐 언제나 내가 앞서 가는 편이다.

마음 급한 나는 성큼성큼 앞서 간다.

 

어서 빨리 하늘과 산바람과 산아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정상에 우뚝 서고 시퍼서..

 

 

 

 

 

 

 

산길..

문득 산길에서 혼자가 되면 가느다란 두려움도 없잖아 있지만..

그건 잠시.. 홀로 산길을 걷는 호젓함을 은연 즐기게 된다.

 

저만큼 뒤처진 내남자 ..

무슨 전화를 받는 모습을 보고..기다릴까? 하다..

그냥 혼자 오르기로 한다.

 

어련히 알아 따라 오겠지..

나는 걸음에 속도를 붙여 앞만 보고 오른다.

 

 

 

 

 

 

 

금새 오른 산정의 정자에 서서..내남자 기다리며..

누군가 세워둔 솟대를 부지런히 디카에 담는데..

문득..등산가방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내남자..

왜 그리 전화를 안받느냐고..다급하고 무지 화난 목소리다.

 

"얼른 내려와..아버님 쓰러지셨대.."

 

 

 

 

 

 

 

아버님..?

 

어느 아버님?

 

울 아빠..??

 

산을 내려가는 발이 공중에서 허둥대고..

 

가슴은 터질 듯 쿵쾅..거리고..

 

 

 

 

 

 

 

이 가을에 민들레가 피어 있었다.

회색빛 보드블록 그 좁고 딱딱한 틈새를 비집고..

노오란 민들레가 노오랗게도 피어 있었다.

 

강인한 저 생명력에 경이를 느끼며..

 

마침 주말이라 아주버님 두 분은 시골에 내려가 계신 상태였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아버님의 상태를 체크하는 내남자..

괜찮으니 천천히 내려오라는 형님들의 소식에 한시름 놓았는데..

다시 위급하다는 소식..

그 길로 내남자 황급히 먼저 내려가시고..

 

그렇게..

 

 

 

 

 

 

                      

  

               

학교에 간 쏭이가 친구들을 협박?해서..

생일축하 문자가 날아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더 이상 쏭이친구들의 생일축하문자를

확인할 상황이 못 되었다.

 

 

 

 

 

 

 

 

 

 

노란 국화의 꽃말은..시련..이란다.

 

생전에 아버님은 어떤 꽃을 좋아하셨을까? 

유난히 꽃이며 화초를 좋아하시던 아버님..

 

 

 

 

 

 

 

 

 

 

음력 9월 9일 중양절.. 

 

온 산야에 국화 가장 만발하던 날에.. 

일 년 중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날에..

 

내가 태어났고.. 

아버님이 떠나셨다.

 

하필..이토록 아름다운 날에.. 

하필..그토록 머언 길을..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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