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1월 13일
너무 춥다..
이렇게 추운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몸과 맘이 꽁~하고 얼어버릴 것만 같다.
펜대가 제대로 말을 듣지 않고 맘대로 비틀거린다.
오늘도 어제처럼 나 혼자다.
방안이 왜 이리 추울까?
그러나 이제 쓸쓸해하지 않는다.
지금 이 상태..이 고독을 마음껏 음미할 수 있어 좋다.
눈길을 걸으며..
행여 그리운 너의 발자욱이 놓여있지 않을까..?
대문을 들어서면..
우체부 아저씨의 오토바이 바퀴자국이 있지나 않을까..?
그렇게 나는 너를 기다리지만..괜찮다.
지금 이대로도 제법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보다 더 깊은 고독속에서 고뇌하면서도 나는 생을 저버리지 않는다.
네가 준 곰돌이는 나의 위안이다.
추운 밖에서 돌아와 방문을 연 순간..
나를 반겨주는 유일한 내 친구..
엄마 아빠 동생들을 생각하면 콧등이 찡하고 눈물이 핑그르르 돈다.
장학금을 못 탈 것 같다.
고생만 하시는 엄마 아빠..
너무나 아낌없는 크낙한 사랑을 주시는 그 분들께..
난 왜 쬐그만 기쁨 하나 안겨드릴 수 없는지..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한다.
작은 기쁨이 되어야한다.
아~~그러나 끝내 허무하다.
가슴이 답답하다.
한가닥 기대의 끈이 끊어져버린 그런 기분이다.
암담하고 침울하다..
이제 더 이상 방황하지 말아야겠다.
이미 나는 여기 이자리에 이렇게 서 있지 않은가..
그러나 또 다시 헤매야 할 것 같다.
좀 더 나은 나의 삶을 위해..
조그만 보탬이라도 그분들께 드리기 위해..
내 작은 소망을 위해..
- 스무살 일기 -
너무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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