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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네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by 벗 님 2014. 3. 2.

 

 

87년 1월 24일. 금. 비 바람..

 

 

 

 

부질없다.

사랑이 무어더란 말이냐?

내게 눈물만을 잔뜩 안겨준 그것이 사랑이란 말이냐?

 

아! 약해서 비굴한 인간들아..

우리모두 없어져 버리자.

그래서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깨끗하게 정화시키는데 기여하자.

 

순결한척 웃지 말아라.

가증스럽다.

 

가혹한 세상..

세상만큼이나 가혹한 사람들..

아! 나는 이 세상 살아갈 힘이 없다.

 

 

 

 

 

 

 

 

세월을 먹고 티끌을 먹고 공해를 먹으며 ..

지나날 깨끗하던 젊음과 사랑과 정열..

그 높아만 가던 순수한 이상은 토해버린다.

구역질이 나서 견딜 수가 없게 된다.

한껏 때묻은 인간이 지니기에는 너무 고결하고 순결하기에..

 

이제 더 이상은 눈물을 낭비하지 말자.

얼마나 많이 울어버렸던가!

결코 순결하지 못한 눈물을 아무데서나 떨구었던 못난 아이..

 

아! 진실한 가슴으로 울고 싶다.

진정 아름다운 눈물을 떨구고 싶다.

살아갈 자신이 없다.

사랑도 우정도..삶 자체..그 모든 것들을 대할 용기가 없다.

지칠대로 지쳐버린 내 영혼이다.

 

 

 

 

 

 

 

 

왜 그토록 나를 위해주면서..

왜 세상 모든 공허를 안겨주는지..

왜 내게 절망스런 슬픔을 주어야만 하니?

내가 나를 잃어버렸는데..어떻게 살아갈 수가 있을까?

 

그것이 사랑이라면..

네가 그토록 나를 사랑하는데..

도저히 너를 두고 돌아설 수 없는 나이건만..

그러나 이제는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나보다도..너를 위해서..

그래도 구슬피 통곡하는 건 나일지도 모른다.

 

 

 

 

 

 

 

 

아! 떠나야 한다.

네게 한 가닥 사랑도 주지 못하고 나는 갈란다.

내겐 그만한 여력조차 없나 보다.

더 이상 나를 잃고싶지 않다.

송두리째 내 영혼이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너 때문이다.

네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진정 사랑인지 나는 아직 모르지만..

너 때문인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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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살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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