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1월 11일. 일. 추움..
동생 홍랑이가 가버리고 나니
홀로 남은 내 마음에 안개가 자욱이 스며든다.
어제 저녁 몸부림쳤다.
오늘은 애써 생각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떠오르는 소망과 함께 내 살고픈 삶이 나를 아프게 유혹한다.
그리로 날고 싶다.
가슴이 미어진다는 표현이 이 때에 적당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가슴에..머리에..두 눈에..가득이 고여오는 설움의 조각들..
날아가고 싶다.
자유롭게 훨훨~~생의 날개를 활짝 펴고 싶다.
한적한 산골마을..
코흘리개 개구장이들....아담한 교정..그리고 나..
순박한 정취에 마음껏 취해
그렇게 취한 채로 생의 고로를 아련히 느끼며 살고프다.
마음껏 사람을 그리워하고..
때론 내 고독과 외롬마저 외면하면서..
그래도 사랑하면서 살고프다.
어느 싯구의 이름 없는 여인처럼..
영혼이 방황하는 때..
난 심한 공포와 우울로 삶을 느낄 수 없다.
지금이 그렇다.
삶이란 이렇게 한 번 뿐일터인데..
이렇게 유일한 나의 생이 왜 이리 갈팡질팡이란 말인가?
왜 삶의 굴레에 얽메여 헤매이며 살아야 하는가?
한 번 뿐인데..
내 살고픈 생이 있는데..
이렇게 이 굴레에 맥없이 순응해야 하는 걸까?
이보다 진실한 삶이 있고..
내 촛불같이 타오르는 소망이 있는데..
왜 이 올가미..
나를 옭아매고 있는 이 굴레가 나를 지배해야 하는가?
내 인생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다.
그 누구가 대신 살아주는 건 아니지 않은가..
어차피 나는 나..
혼자서 생의 파도를 헤쳐가야만 한다.
눈물겨운 이 세상..
그래도 웃으며 살아가도록 해야지..
-스무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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