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검도록 푸르다는 걸 새삼 느끼며..
내 머릿결을 휘어감는 바다바람은
사랑하는 이의 포옹보다 감미롭다.
왜 이다지도 조화로운 곳이 나보다 먼 곳에 있었더란 말인가?
얼마나 갈망하며 여기 이 곳에 내 존재를 한 번 세워보고자 하였는데..
하아얀 깃털, 바다빛에 그을린 한마리 물새가 난다.
나, 그렇게 한마리 날개를 갖고 싶어 하였고
이 식어가는 마음을 불보다 더 뜨겁게 타올리고자 하였다.
그렇게 타오르는 빛으로
저 침묵하는 심연의 푸른 품에 꼭 알맞도록 안겨버리고만 싶다.
그래서 내가 서 있는 이 힘겨운 땅덩어리 위에서
잠시나마 떠나고만 싶은 고단한 내 영혼.
파도야,
너는 구멍 뚫린 못생긴 바위를 사랑한다고 외쳐댔지!
파도야,
그렇게 큰 소리로 결코 사랑스럽지 않은 검은 색 바위를
어스러져라 껴안고는 그렇게..
아쉬운 듯 밀려가 버렸지!
파도야,
쉬지않고 너는 무뚝뚝한 바위만을 ..
그 한마디 댓구 없는 덩어리를..
한줌 눈물 방울만으론 부족한듯
포말로 부셔대는 눈물을 흩어놓고는
또 그렇게..
86.8.22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