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리워 갈증을 느끼던 푸른빛 바다를 소유하였다.
그러나 아무러한 감동도 느끼지 못하고만 말았던 둔해진 감성.
바다를 향해 한마디 애원도 하지 않은 채 웃을 수 있었던 내 얼굴.
바람이 좋아 머릿결은 너울거렸고
파도따라 물결쳐 부드러웠지
바다내음 향기로와 가슴가득 들여마시고는
조금씩 음미하듯 토해내었지
문득, 바위 보다 고독해 보이는 한 사람
진하게 느껴오는 고뇌와 바다를 향하던 서글픈 눈망울
시를 쓴다 하였고, 시에 잠겨버리는 그 모습.
오늘 따라 어색해지는 내 모든 언어,
시인 앞에서는 감히 부끄럽기만 한
내 나름의 문학이 초라해 견디기 힘들다.
시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오는 삶에 대한 희망
'실망한다면 그건 내게 잘못이 있는 거겠죠..'
오염되어 더러워진 바다를 보며 조용히 하던 말..
아, 그래서 시를 쓸 수 있는지 모른다.
저 추해보이는 더러움을
결코 겉모양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본질 속에 있는 깨끗함을 찾아내려는 시인의 마음
아, 시인은 그래서 시를 쓴다.
그래서 시인이 될 수 있다.
나, 시인이 되고프다.
86.8.22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