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네 벽장에 있는 술창고..
대부분 선물로 들어온 것들이다.
저 아랫칸에는 엄마가 담그신 담금주들로 또 가득하다.
생전 아빠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으셨다.
아니..못하셨다. 전혀..
그 체질을 물려받아 다섯 딸들도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특히 나는 술 알러지라 할만큼..
무슨 술이든 두 잔만 들어가면 몸에서 거부반응이 즉각 온다.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목 부분에 하얀 반점이 생기기도 하고..
팔다리가 뻣뻣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지곤 한다.
반면 울 엄만 술을 반주로 드실만큼 즐기시는 편이다.
어쨌거나 술창고의 저 많은 술들은 울 집에선 그냥 장식용이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다섯 사위들조차 처갓집에 와서 술판을 벌인 적이 없다.
각설하고..
문득 엄마네 안방에 놓여진 사진액자가 마음에 들어와 몇 장 담아왔다.
정겨운 추억사진들..
울산 대공원에서..
우나 중학생이였을 때니..2015년 쯤..?
막내 유담이는 아직 태어나기 전..
저 꼬물꼬물하던 아이들이 이젠 ..
대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
저 중 두 놈은 올해 수능을 친다.
1995년 음력 6월 8일 ..울산 친정집에서..
엄마랑 우리 우나는 음력 생일이 한 날이다.
이 날..
우나 돌잔치를 친정식구들과 함께 조촐하게 했었다.
그리고 엄마네 거실에서 엄마 아빠랑 우리 육남매..
가족사진을 찍었었다.
내 나이 스물여덟 살..
동생들은 대학생 둘..고등학생..중학생 둘..줄줄이..
울 아빤 쉰 네살..울 엄만 쉰 살..
지금의 내남자랑 나보다도 더 젊었던 울 엄마 아빠의 모습..
그랬구나..
저 땐 ..지금의 나보다 더 젊으셨구나..
이 사진이 너무 좋다.
눈물 날 만큼 정겹다.
네째 주야네가 밀양 얼음골 아랫자락에 터를 잡고
집을 지으려 할 때..
우리 친정 식구들 소풍처럼 놀러가서..
주야네 집 앞 개울가에서 아이들 멱을 감고..
외할머니가 끓여주시는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이다.
이 사진을 내가 폰으로 찍었었는데..
이 날의 풍경과 그 상황이 너무나 또렷하다.
저 사진을 찰칵..찍을 때의 아이들 표정과 느낌까지
생생하다.
♬~`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친정에서 집으로 가는 길..
낙동강 휴게소에서..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