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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나의 이야기

찔레와 엄마

by 벗 님 2018. 5. 22.

 

 

 

 

 

 

 

어릴 적엔 하얀 찔레꽃잎을 따먹곤 했습니다.

 

엄마가 따먹어도 된다고 그러셨거든요.

 

찔레꽃잎 에게선 달큰하고도 쌉싸름한 맛이 났어요.

 

 

그리고 갓 올라온 여린 찔레줄기도 껍질을 벗기고 먹었더랍니다.

 

그것도 울엄마가 가르쳐 주셨지요.

 

 

 

 

 

 

 

 

 

 

 

 

 

 

 

 

 

 

 

 

 

 

어느 새벽..엄마는 나를 깨우셨습니다.

 

나는 덜 깬 잠으로 다래끼가 난 퉁퉁 부은 눈으로

 

엄마 뒤를 따라갔습니다.

 

엄마는 안개 자욱히 깔린 산길을 걸어

 

찔레수풀 우거진 곳으로 나를 데려 가셨습니다.

 

 

엄마는 희뿌연 먼동이 터오는 곳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아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곤 며칠 전 부터 보아 둔 거라며..

 

갓 올라온 여린 찔레줄기를 톡 꺾어 껍질을 벗겨 내고는

 

먹어보라면 내 입으로 넣어 주셨습니다.

 

"이거 먹으면 다래끼가 금방 나을거야.."

 

 

그랬습니다.

 

병원이 머언 시절..의료보험도 안되던 시절..

 

아이들이 걸리는 웬만한 병들은 민간요법으로 치유하던 시절..

 

엄마는 여린 찔레줄기가 다래끼를 낫게 한다고

 

어디서 들으셨을까요..아님..

 

엄마 어린 시절 외할머니께서 엄마에게 행해 오던

 

오랜 민간요법이였을까요.

 

 

 

열 살 안팎의 어린 나에게

 

그 날 새벽 안개 자욱히 흐르던 산길..

 

두 손 모아 기도 하던 엄마의 모습..

 

그리고 여린 찔레줄기..

 

그 모든 기억들이 너무나 또렷합니다.

 

살며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날의 엄마모습은

 

내게 신앙이였습니다.

 

세상 가장 큰 버팀목이였고 숨 쉬는 공기였습니다.

 

 

찔레꽃만 보면 그날이 더욱 생각납니다.

 

하늘보다 크신 엄마의 사랑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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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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