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낀 연휴 둘째 날..
엄마에게 가기로 한다. 나 혼자..
딸들에게도 내남자에게도 말하지 않고 훌쩍 떠나려다..
아침에 집을 나서며 자고 있는 우나를 깨우며..
"엄마 울산 갔다 올게,,"
의정부터미널에 잠시 정차한 버스에서 내려
따스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온다,
버스 차창으로 비가 내린다.
♥
♬~검정 고무신/한동협
"엄마, 나 혼자 내려갈건데,,도착하면 전화할게.."
연휴 첫 날인 어제는 10시간이나 걸렸다는 기사아저씨..
다행히 오늘은 6시간 정도만 걸렸다.
울산터미널에 내려 엄마께 도착했다고 전화 드리고
여천천을 따라 걸어서 엄마네 집으로 가기로 한다.
엄마랑 여천천 중간쯤에서 만나기로 하고,,
여천천을 따라 걷는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바람도 분다.
그동안 가물었는지 여천천은 말랐다.
여천천 주변엔 노란 유채꽃이 드문 피었고..
엉겅퀴 닮은 조뱅이꽃도 피었다.
저만큼 앞에 자그마한 아주머니 한 분이 급한 걸음으로
나를 향해 달리디시피 오시고 계신다.
나는 저렇게 급하게 걸을 사람은 울엄마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큰소리로.."엄마.." 하고 부른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오신 아주머님은 울엄마가 아니였다.
나도 그 아주머님도 무안한 상황..
나도 아주머님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스치운다.
난 가끔 나의 이 어리버리함에
혼자 실소를 금치 못하곤 하는데..
요즘은 이런 나 자신이 짜증나고 한심하다.
잠시 후..엄마랑 접선을 한다.
엄마는 " 왜 혼자 왔느냐며 의아해 하신다.
분명 전화상으로 나 혼자 갈거라고 얘기했었는데..
엄마는 처음 듣는 애긴인 양 하신다.
가끔 엄마는 말귀를 잘 못 알아들으신다.
이명 때문에 귀가 어두워지셔서 그러려니 하지만..
평생을 머리가 아프다 하시던 울엄마..
몇 년 전 병원검진을 받았을 때..
의사선생님께서 엄마의 뇌가 연세보다 많이 쪼그라들어 있다고..
알츠하이머나 치매 위험이 있다는 얘기를 하신 적이 있었다.
스트레스가 가장 좋지않다고..
즐거운 생각만 하고 맛난 거 많이 드시라던 의사선생님..
엄마가 가끔 말귀를 잘 못 알아들으시면 심장이 쿵 한다.
그래도 엄마는 건강해 보이셨고 더 예뻐지셨다.
혹시 나 배고플까봐 가방엔 두유랑 바나나랑 사과랑 쵸콜렛이랑..
집에 있는 간식꺼리를 잔뜩 들고 오셨다.
" 엄만, 금방 집에 갈건데 집에 가서 먹으면 되지.."
" 그래도 니 차 타고 오는 동안 배고팠을 거 아이가.."
- 벗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