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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사는 이야기

광우 아버님의 부고

by 벗 님 2014. 11. 26.

 

 

 

 

 

 

24일 아침..

광우 아버님의 부고가 날아왔다.

울산까지 가야하나..연이 편에 부조만 전할까..

잠깐의 갈등이 일었다.

출근한 내남자에게 소식을 전하니 얼른 가란다.

ktx 예매해 줄테니 이왕 가는 거 일찌감치 내려가서

오랜만에 친구들 얼굴도 보구 얘기도 나누란다.

 

 

초등 동창들도 올텐데..

체조부 친구들이야 중간중간 만났고

언제 만나도 피붙이처럼 정겹지만..

동창회엔 한 번도 나가지 않아서

30여 년 만에 동창들을 마주하려니..

살짝 부담도 된다.

 

지하철 타고 서울역..ktx 타고 울산역..

그리고 울산역의 셔틀버스 타고 울산남구청..

다시 택시 타고 병원 장례식장..

 

울산에 도착하니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우산을 미처 준비해 가지 못해

택시 기다리는 동안 내리는 비를 고대로 맞고..

후줄근해진 모습으로 부랴부랴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연이랑 정화랑 명희랑 경이가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째 나이를 거꾸로 먹느냐며 반겨주는 내 친구들..

 

 

먼저 와서 자리하고 있는 초등 친구들..

이제는 중년이 되어버린 내 친구들..

아는 얼굴도 있고 전혀 낯선 얼굴도 있고..

화들짝 반기는 친구도 있고..

서먹한 듯 눈인사만 나누는 친구도 있고..

영보는 우리가 초등학교 때 짝꿍이였다며

내 동생 홍랑이까지 기억을 하는데..

난 까무룩~ 잊어버렸다.

 

사실 체조부친구들과의 추억 말고는

딱히 기억나는 초등시절의 추억이 별루 없다.

그 시절 우리는 죽자사자 운동만 했었다.

그리고 우리끼리 똘똘 뭉쳐 다녔었다.

 

 

 

 

 

 

 

 

 

 

 

 

 

 

 

 

"광우야, 아버님 잘 보내드리고 고생해.."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데 녀석이 나를 꼬옥 안아준다.

 

멀리서 와 준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를 그리 격하게 할 줄은..

 

그냥 따스했다.

 

우린 그냥 친구들이 아니기에

 

그 마음들이 더 깊은지도 모른다.

 

참 힘든 시절을 함께 지나온 우리 체조부 친구들..

 

 

정말 나이 드나 봐..

 

왜 이리 소중해지는지..

 

왜 이리 사랑스러워 지는지..

 

 

석화선생님..박일렬선생님..경이아버님..울아빠..철규아버님..

 

그리고 광우아버님..

 

한 분 두 분 하늘나라로 가시니..

 

삶이 허망해 허무한 마음만 자욱하다가도

 

나의 어린 시절의 소소한 습관까지 기억해주는 친구들과 마주하니..

 

살아온 날들..

 

살아갈 날들..

 

내게 남은 날들이 너무나 소중해진다.

 

 

광우아버님 먼길 가신 날..

 

우리는 서로에게 더욱 애틋해지고 ..

 

조금 더 행복해져서 헤어졌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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