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김장을 일찌감치 하기로 한다.
요즘은 다들 절임배추 주문해서 한다고들 하는데..
난 아직까진 배추 사서 직접 절이는 걸 고집한다.
토욜 아침 일찍 웰빙마트 가서 김장꺼리 장을 본다.
배추 일곱 망(21포기)랑
내남자랑 우나는 싫어하고 나랑 쏭이가 좋아하는
알타리무는 두 단만 산다.
♥
해마다 그러하듯이 배추 쪼개고 다듬는 건 내가 하고
배추 포기포기마다 소금으로 절이는 건 내남자가 한다.
그렇게 토욜 하루는 장 보고 배추 절이고,,
배추에 들어 갈 양념재료 준비하느라 종일을 보낸다.
김장재료 하고 남은 생강은 저며서 꿀에 재워둔다,
생강차는 겨우내 감기 걸렸을 적에 요긴하게 쓰인다.
미나리뿌리도 물에 담가 주방 창가에 둔다.
저리 해두면 두어 번 미나리를 카워먹을 수 있다.
♬~정답게 가는 길/박우철
올해도 내남자와 나의 티격태격 김장하기가 반복된다.
김장재료 다 준비해 두고 하도 피곤해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후다닥 깬 시간이 새벽 6시를 향해 가는 시간..
에고에고~ 새벽에 깨어 몇 번 뒤적여 줘야하는데
절여둔 배추 소금에 팍 쩔었겠다 싶어 배추상태를 봤는데..
어찌 된 일인지 배추가 하나도 안 절여지고 살아서 도망가게 생겼다.
하다못해 젤 아래 배추조차 밤새 하나도 절여지지 않았다.
순간 열이 팍 받는다.
설마 하고 잔소리 하기 싫어서 내남자 믿고 배추절이기는 맡겨 놓았었는데..
평소에 음식에 소금 넣지 마라고 노랠 부르는 이 남자가 소금을 대충 친 거다.
이건 뭐 아예 소금을 치지 않은거나 마찬가지다.'
도대체 어제 종일 뭘 한 건지..
몇 해 전 김장 할 때도 밤새 절인 배추를 자기가 씻겠다며
두 어시간이나 배추를 씻더니..
맙소사..절인 배추를 하도 빡빡 씻어서 배추가 다 짓물러서
결국 40포기나 되는 배추를 쓰레기통으로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대형사고를 치고 올해 또 사고를 친 내남자..
그냥 내가 다시 소금을 칠려고 하다가 하도 열 뻗쳐서
자고 있는 내남자를 깨운다,
내남자도 배추의 심각한 상태를 보고는 암말도 못하고
자기가 다시 절이겠다며 팔을 걷어부친다,
여전히 화가 안 풀린 난 내남자의 뒷꼭지에다 대고
"그렇게 소금이 싫으면 당신은 다음부터 생배추 사다가 그냥 먹어..?"
팩 쏘아 부친다. 그래도 화가 안풀린다,
어찌어찌 배추는 다시 절여졌고..
우리집 김장 담그기는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야 마무리가 되었다.
다시 절인다고 절였지만 배추가 제대로 안절여져서
김치맛이 어떨지 내내 걱정이다.
그래도 어제 오늘 김치를 먹어보니 심심하지만 맛이 괜찮은 것 같다.
김치매니아인 우나가 "엄마, 김치 맛 괜찮은데.."
그 말에 다소 안도가 되긴 한다.
김장하느라 몸살감기가 온 나..
그 다음날 내남자도 나랑 똑같은 증세로 쿨적인다.
"우리 내년엔 그냥 절임배추 사다가 해먹어야겠어요."
어쨌거나 김치가 맛깔나게 익어가길..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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