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고향에서 울산까지 오는 길은 늘 막혀..
울산 친정에 도착하면 늦은 저녁시간이 되곤 한다.
엄마네 집에 다들 모여 저녁을 먹고.. 담소를 나누다..
자정 무렵에 각자의 집에 돌아갔다가..
다음날 우리는 엄마네 텃밭이 있는 밀양 홍주네에 다들 모인다.
광윤이 시험기간이라 못 온다던 둘째 랑이네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못 온다기에 살짝 아쉬웠었는데 너무 반가웠고 고마웠다,
♥
둘째 제부는 풍산개 몽이 집 옆에 있는
호두나무에서 호두를 따고 있다.
1미터 남짓 되는 나무막대기 하나를 꽂아 둔 게 엊그제 같은데..
저리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 알알이 열매를 맺고 있는 호두나무,,
엄마는 오시자 마자 고추밭에 약을 뿌리시고..
넷째 제부가 엄말 돕고 있다.
" 아빤 허리 아픈데 그만 쉬어요."
허리 아프다면서 호두나무에 올라가 호두를 따는
내 남자가 걱정이 되어 내가 한 마디 하니..
" 동서들 일 하는데 나만 쉬면 눈치 보이잖아."
농인지 진담인지.. 내 남자가 하는 말..
명절날 처갓집 와서 종일 일만 하는 우리 집 백년손님들..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은 민정이 민왕이 광윤이와
대학생인 울집 두 딸은..
마을에 있는 카페로 공부하러 떠나고..
1630
빨간 바구니 들고 맹자나무 열매를 따러 가는 내동생 랑이..
주야네 뜨락의 꽃들이 가을 정취를 물들이고..
마당에는 전에 없던 잔디도 심어져 있다.
사실 모두 부지런히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데..
나만 빈둥 사진만 찍고 있는 거 같아..
얼른 몇 장만 담고 랑이가 따고 있는 맹자 나무 열매를 따러 간다.
사랑하는 친정식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 행복한 것도 있지만
난 천성적으로 이런 밭일이며 뜰일이 좋다.
풀을 뽑고 텃밭을 일구고 열매를 따고 하는 일련의 시골생활이..
내겐 힐링이고 행복이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