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빠 무덤에서 내려다 보이는..
내가 태어나 다섯 살까지 살았던..
내 고향마을..
엄마는 시집와서
지금 아빠 무덤자리가 있던 이 산을 아빠랑 개간하셨다고 했다.
그러나 돌산인 이 산을 개간하는 일이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고..
산골에서의 생활이 너무 힘이 들었고..
나랑 동생 랑이의 교육을 위해서도
도시로 나가기로 결심을 하셨다고 했다.
그렇게 내가 여섯 살 되던 해에 떠난 고향마을..
난 사는 내내 내 고향마을을 추억했고 그리워했다.
둘째 제부랑 넷째 제부랑 랑이랑 주야랑 나랑
알밤을 주으러 나섰다,
이미 동네 사람들이 한 번 훑고 지나간 듯 하지만..
알밤이 꽤 많게 있어.. 우리는 무슨 노다지 줍는 양..
알밤 줏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제부들이랑 주야는 할매산소 지나 산 위쪽으로 올라가고
랑이랑 난 할매산소 아래..작은 계곡이었던 곳으로 밤을 주으러 간다.
언제나 듬직하고 야무진 내 동생 랑이..
어려서부터 내겐 언니처럼 의지가 되는 내 동생..
어리버리한 이 언니가 걱정이 되었는지..
"언니야, 거기 조심 해라.."
"언니야..거기 알밤 있다 한 번 까 봐라.."
" 언니야 거기 썩은 나무 있다. 밟지 마라.."
"언니야..산모기 있다. 조심해라."
알밤을 줍는 내내 조심하라고..조심하라고..
얼마나 언니야,..언니야..를 부르는지..
저 위에선 엄마가..숙아,,숙아,.
또 자꾸 부르신다.
" 니는 인제 그만 올라온나.. "
" 응,, 엄마.. 난 괜찮아..이거만 줍고 금방 올라갈게.."
그래도 엄마는 칠부바지 입고 맨 종아리로 산길을 걷는 내가 걱정이 되셨던지..
" 숙아, 빨리 올라 온나..숙아..숙아.."
자꾸 부르신다.
울엄마랑 내 동생 랑이..
세상 어느 누가 내 이름을 이리 불러주고 진정으로 걱정해 줄까..
이렇게 사랑받고 있었구나.. 아낌 받고 있었구나..
새삼 뭉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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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