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새 져버릴 것만 같아 ..
저 눈부신 날들도 찰라만 같아..
찬란했던 나의 봄날이 그랬던 것처럼..
새벽 많이 깊은 시각입니다.
이 시간..이 고요와 적막과 어둠이 좋습니다.
열 네살..사춘기 소녀 적부터 그런 습성이 베였던 것 같습니다.
새벽에 홀로 깨어..
이 세상에 오직 나만 깨어 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왠지 나만 특별한 존재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밤하늘 초롱한 별을 헤며
사랑보다 깊었던 우정에 대해 번민했었지요.
높아만 가던 이상과 부풀어 둥실 하늘로 오를 것만 같았던 꿈..
행복한 꿈을 꾸며 아름다운 상상을 하며..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세상 두려울 것 없이..
눈빛 초롱하고 행복했던 소녀였지요.
그로부터 30여년이 속절없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이 새벽을 유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달라진 건..
눈빛 초롱하던 꿈 많은 소녀는 이젠 없다는 것이지요.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