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정말정말 오랜만에 산엘 가기로 한 날..
이른 새벽 깨어보니 내남자가 없다.
장보고에 야채 사러 간 모양이다.
산에 가서 쌈밥 먹을거라고 엊저녁 자정을 넘긴 시간에
쌈장 만든다고 주방에서 뚝딱거리더니..
양 손에 잔뜩 야채를 들고 온 내남자..
비가 온다고 오늘은 산엘 못 갈 것 같다며 내일 가잔다.
잔뜩 기대하고 있던 나는 끝내 고집을 부린다.
간다고 마음 먹었으면 무조건 가자고..비 오면 어떻냐고..
거기에다 오늘일기를 검색해 보니 오후엔 맑음이다.
둘이 조금 투닥거리다가 결국 내 고집대로 산행을 감행한다.
덕분에 시간은 좀 지체되었다.
♥
삼성산엘 가자는 내남자..
내가 검색해보니..얼마 전에 산불이 난 산이다.
해서 근처의 관악산엘 가기로 한다.
관악산은 예전에 내남자랑 서울대쪽으로 해서 한 번 오른 적이 있다.
오늘은 내남자가 5년 전쯤 지인이랑 올랐다는 육봉으로 코스를 잡고..
과천정부종합청사역에서 하차해서 산을 오른다.
어찌 갈림길에서 방향을 잘못 잡은 모양이다.
우리가 예정한 육봉과는 멀어지고 계곡을 끼고 계속 오르다 보니
어느새 파아란 하늘이 보이고 멀리로 철탑이 보인다.
그늘진 평평한 곳에 자릴 깔고
내남자가 만든 쌈장이랑 새벽같이 장 봐온 쌈채로
산정에서의 점심을 먹는다.
달리 찬이 없어도 꿀맛..
점심을 먼은 후에..우린 연주대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 연주암
먼산 (김용택 詩 )-범능스님
그대에게 나는 지금 먼산이요.
꽃이 피고 잎 피는 그런 산이 아니라
산국 피고 단풍 물든 그런 산이 아니라
그냥 먼산이요.
꽃이 피는지 단풍지는지.
당신은 잘 모르는 그냥 나는
그대 향한 그리운 먼 산이요.
산을 오르는 내내 인적이 드문했었는데
연주암에 오니 산객들로 북적인다.
해우소에 들렀다가 천 원짜리 아이스케키로 더위와 피로도 풀고..
툇마루에 앉아 산바람을 맞으며 잠시 쉬어간다.
산행이 예정보다 늦어지는 바람에 저녁약속이 잡혀 있는 내남자는
연주암에서 일찍 하산하기로 하고 나만 연주대 정상까지 오르기로 한다.
혼자 집 찾아갈 일이 걱정이긴 하지만..
뭐 어찌 되겠지..설마 집 못 찾아 갈려구..
하산하던 내남자가 걱정이 되는지
이정표 잘 보고 하산하라며 전화가 온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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