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형님네는 이미 도착해 계셨다.
우리더러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라는 둘째 아주버님..
둘째 형님이 음식이며 찬꺼리며 케이크까지 다 준비해 왔다.
염치없는 막내며느린 어머님 건강보조식품 달랑 사서
맨숭맨숭하게 왔다.
춘천 큰형님네는 하필 오늘이
큰 조카 재범이의 신부댁이랑 상견례가 있어 오지 못했단다.
늦은 오후.. 나 홀로 어머님의 뜰을 거닌다.
♥
♬~ 어머니의 손 / 범능스님
어머님의 여든세 번째 생신.. 다행히 건강해 보이신다.
어머님의 뜰은 해가 갈수록 먼지가 쌓여 낡아가고 적막해져 간다.
해마다 아들들에게 과실수들을 베어달라 하시더니
점점 쓸쓸해져 가는 어머님의 뜰..
대문 앞의 대봉씨 나무도... 문간방 앞의 포도나무도..
마당 귀퉁이에 있던 앵두나무도.. 뒤뜰의 자두나무도..
마당 한가운데 있던 세 그루 배나무도..
다 베어버리셨다.
나와 둘째 아주버님만
그냥 두어두면 꽃 피고 과실 열리고..
그냥 바라만 봐도 좋을 것을 왜 베어냈느냐..
아쉬워한다.
그리고 자물통이 채워진 문간방 앞의 오래된 나무책상..
내 남자와 아주버님들이 어릴 적부터 앉아 공부하던 책상이란다.
왠지 저것도 어느 날 땔감으로 확 불질 러버 릴 것 같아..
"어머님, 다른 건 필요 없고 저 작은 책상은 나중에 저 주세요."
저기에 앉아서 어떻게 공부를 했을까 싶을 만큼 아
주 작은 앉은뱅이책상..
나는 왠지 저 오래된 책상이 자꾸 탐이 나..
어머님께 미리 찜을 해놓는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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