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다녀 오는 길에 만난 시드는 장미..
예뻤다.
금시라도 화르르~떨구어질듯 바삭거렸지만..
아름다이 시들어가고 있었다.
대학 3학년 때..
참빛회라는 수화를 하는 대학 연합써클 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대학축제 기간에 수화공연을 하는데..손으로 눈빛으로 말하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슬프도록 아름다워..
단순히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참빛회 써클룸의 문을 두드렸었다.
그렇게 수화를 한창 배우던 시절..
한 달에 한 번..애망원이란 곳엘 봉사를 가곤 했었다.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중증 장애인들이 보살핌을 받는 곳이다.
낳은 부모들조차 포기해버린..아이들..
제 몸을 가눌 줄 알아 늘 자해를 하는 바람에 복도 한켠에 묶여있던 아이..
그나마 그 아이는 그 중 가장 나은 경우..
대부분의 아이들은 먹여주지 않으면 먹지도..
손 내밀어 주지 않으면 자기 몸을 의지대로 움직이지도..
정말 크고 맑고 슬픈 눈망울만 깜박깜박거리며
우리를 쳐다보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던..
그래도 우리가 가서 눈 맞춰 주면..
갓난 아가마냥..한없이 여리고 순결한 미소를 띄우던 아이들..
봉사 첫날..
나는 회오리 같은 충격에 휩싸여..오래 벗어나질 못했었다.
이 하늘 아래 그런 비참한 삶이 있다는 것을 처음 목격했던 그 날..
나는 또..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사람을 만났다.
써클 선배님 한 분이 우리를 댁으로 초대를 하신다고 해서 찾아간..1
0평도 안돼 보이는 작은 아파트..
반은 앉고 반은 선 채로 대접받았던 좁디좁은 아파트..
그 선배님은 그곳 애망원에서 봉사를 하면서
돌보던 장애인과 결혼을 하셨다고..
세세한 사연을 듣지 않아도..
너무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감동..
자그마하시지만 단정하고 착한 이미지의 남자 선배님..
나는 여지껏 그렇게 선하고 아름다운 눈빛을 만난 적이 없다.
♡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또 한 명의 천사를 만났던 그날..
나는 깨달았다.
세상 속에는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하늘나라 천사가..
세상 가장 낮은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문득..
故 이태석 신부님이 떠오른다.
또 한 분의 천사이셨던..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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