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하나..
어린 시절 우리집 마당은 아주 넓었다.
엄마는 대문 옆의 담장을 따라 작은 화단을 꾸미셨고..
엄마가 좋아하시는 국화꽃을 많이 심으셨다.
그리고 마당 가운데에는 텃밭을 가꾸셨다.
엄마랑 내 키보다 큰 옥수수나무?에서 알알이 여문 옥수수를 따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텃밭의 가장자리를 빙 둘러가며 호박을 심으셨는데..
친구들이랑 소꿉놀이를 할 때면..
텃밭의 호박꽃이며 호박잎을 따서 소반을 차리곤 했는데..
어쩌다 어린 호박이 달린 호박꽃이 보이면..
아무 생각없이 반갑게 고걸 똑 따서 소꿉놀이 반찬을 만들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엄마에게 안들켰길래 망정이지..들켰으면 아주 혼날 행동이였다.
그 시절엔 그 애린 꽃 달린 호박이
나중에 커다란 호박이 된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고추가루가 비싸 김치 대신 짠지를 먹던 시절..
김치가 금치라 불릴만큼 귀하던 어느 해에는..그조차 맘껏 먹지 못해..
엄마는 늘 호박이나 호박잎을 넣은 된장찌게를 끓이곤 하셨다.
난 지금도 호박이 들어간 음식은 싫어하는 편인데..
그 시절엔 정말..너무너무 싫었었다.
된장찌게도 호박잎 삶은 거도..호박전도..호박버무리도..호박떡도..
다 싫었다.
그러나..이제는 그립고 정겨운 추억의 맛..
추억 두나..
첫아이 우나 낳던 해..
내남잔 업무차 타지에 가 있었고..시어머님도 여건이 안되시고..
하필 애지중지 기르던 우리집 체리도 사고로 죽고..
엄마도 팔에 화상을 입으시는 바람에
나의 산후 수발을 들 사람이 없었다.
네째 동생 주야가 와 있었지만 갓 스물살짜리가 뭘 알았을까..
이런저런 우여곡절로 산후 몸조리를 전혀 하지 못해..
내 몸은 한 시간만 외출하고 와도 끙끙 앓아 누워야할 지경이였고.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손가락 마디마디는 퉁퉁 부어..주먹이 쥐어지지 않았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어기적어기적..
무릎이 아파 어디 쪼그리고 앉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그렇게 내 몸은 호된 산후통에 오래 시달려야만 했다.
그러다가..둘째 쏭이를 낳고는
엄마는 퇴원하는 나를 바로 친정으로 데려가서는..
삼칠일 동안 지극정성으로 산후조리를 해주셨다.
어느날..
엄마가 나를 위해 사 놓으신 노란호박 하나의 주둥이 부분에 칼집을 넣으시는데..
그 호박 안에서 작은 벌 한 마리가 포올~ 나오는 게 아닌가..
호박 안을 들여다 보니..세상에나~~
호박 속에 작은 벌집이 지어져 있는 게 아닌가..
지금 생각해도 불가사의 한 일이다.
엄마는..세상에 별일도 다 있다.
이거야 말로 보약 중에 보약이라시며..아무도 주지말고 나혼자 다 먹으라고..
그렇게 벌 한마리가 벌집을 지어 살던 호박을 통째로 쪄서 나에게 먹이셨다.
그 덕이였을까..
우나 낳고 산후 휴유증으로 그리 고생을 하던 몸이..
쏭이 낳고 엄마가 산후조리를 해주신 후엔..
정말 말끔해져서..아무데도 아픈 곳이 없게 되었다.
옛말에 산후조리 잘못하면 만병을 얻고..
산후조리 잘 하면 만병을 통치한다는 말을..
내가 몸소 경험했었다.
후훗~~호박 보니..
문득 이런저런 추억 몇 쪼가리가 생각나서..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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