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세 살 터울의 내 동생 홍랑이..
어려서부터 웬만한 남자아이보다 씩씩하고 활달하던 아이..
늘상 동그란 바가지 머리에 멜빵 반바지 입고 사내아이처럼 다녀서
동네아줌마들도 다 사내아이인 줄 깜빡 속았던 아이..
온동네 딱지며 구슬이며 싹쓸이 해와서
동네 남자애들이 간혹 자기 엄마 대동해서 울면서 구슬찾으러 오게 만들곤 하던 내 동생..
내 기억 속의 동생 홍랑이는 늘상 기다란 나무작대기를 몇 개씩 허리춤에 차고..
칼싸움이며 총싸움을 하던 아이..
엄마는 나혼자 밖에 나가면 늘상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는데..
동생 랑이랑 나가면 마음이 푸욱 놓이셨다고..
사마귀가 내 치마에 붙어 울고불고 난리치면 손으로 툭 사마귀를 털어주던 내 동생..
아빠는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홍랑이에게
딸부잣집에 응큼한 사내놈들이 껄떡거리면 물리치라고 태권도를 가르치셨고..
그래서 태권도 공인 2단인 우리 홍랑이..
고 3 말미 ..학교에서 숙식하며 공부하는 나를 위해..
매일 아침 등교길에 도시락을 날라다 주던 내동생..
얼마나 힘들었을까..
랑이네 학교랑 우리학교는 거리도 멀고 교통도 불편했었는데..
열 네살의 달디 단 아침 잠을 얼마나 마니 반납해야 했을까..
이 못난 언니 땜에..
멀리 떨어져 산다는 핑계로 맏이노릇 제대로 못하는 나 대신에..
집안 대소사 알아서 다 챙기고..
엄마 아빠 동생들 다 챙기고..
늘 믿음직한 내 동생..
늘 미안하고..
늘 고맙고..
- 벗 님 -
'♥삶 > 가족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의 거실 아빠의 사랑 (0) | 2012.05.12 |
---|---|
이종사촌 (0) | 2012.05.11 |
아빠 찾아 수변공원으로 (0) | 2012.04.11 |
친정아빠의 일흔 두 번째 생신 (0) | 2012.04.10 |
친정엄마 (0) | 2012.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