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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가족 이야기

어머님 뵈오러

by 벗 님 2011. 11. 18.

 

 

 

 

 

 

 

지난 주말..

내남자와 나는 시댁으로 ..친정으로 ..다녀오기로 한다.

내남자는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어머님께 꼭 안부전화를 드리고..

삼형제가 매주 번갈아 가며 홀로 계신 어머님을 찾아뵙는 효자 아들들..

 

아이들은 이제 함께 여행가기가 여의치 않은 환경이 되어버렸다.

우나가 예비 고3인 관계로 어찌 학원수업이 주말에 다 몰려있어서..

이젠 엄마아빠 없이도 2박3일정도는 둘이서 잘 지내줄만큼 커버린 아이들..

올가을..아이들과 함께 여행하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내남자가 나고자란 고향마을..고향집..

이젠 어머님 홀로 쓸쓸히 지키고 계신..고향집..

아버님이 살아생전 심고 가꾸신 대문 옆의 감나무엔 달랑~

대봉씨감 하나만 매달려있다.

 

 

 

 

 

 

 

 

 

 

 

어제밤 ..

교통사고로 안동병원에 입원해 계신 의성 작은아버님 병문안을 하고 오느라..

자정이 다 되어 도착한 우리 둘..

 

이른 아침..내남자가 뵈지 않길래 밖을 내어다 보니..

들쑥날쑥 자란 탱자나무울타리를 부지런히 정리하고 있다.

 

오전 내내 ..저 탱자나무를 자른 내남자..

커피잔을 든 손을 부들부들~~떨고 있다.

하긴 ..생전 힘든 일 안하던 사람이 무리를 했으니..

 

 

 

 

 

 

 

 

 

아침 먹고 좀 쉬었다..배추를 뽑자 하시구선

어느새 뒤안의 배추를 뽑아 다듬고 계신 어머님..

우리집 올겨울 김장용으로 서른 다섯포기를 뽑아 왔다.

김치귀신인 우나랑 쏭이때문에 해마다 김장은 넉넉히 해야한다.

 

 

 

 

 

 

 

 

달랑 하나 남은 대봉씨감을 장대로 따고있는 내남자..

하는 폼이 영..어설프다.

지켜보는 어머님도 영 미덥지 않으신 듯..

 

그런데 까치밥은 안 남겨두려나..

저리 홀랑 다 따버리고..

 

 

 

 

 

 

 

 

 

아버님의 포도나무..

포도가 매달린 채..고대로 말라버렸다.

 

어머님은 매일 포도나무 아래를 지나면서..

왜 위를 올려다 볼 생각을 못했을까..하시며..

포도를 따지 못하고 고대로 말려버린 당신을 탓하셨다.

늘상 아버님이 하시던 일이라..

어머님은 그냥 무심히 흘려버리신 듯..

 

그런데 내남자 가지치기 한다면서..싹둑싹둑..

포도가지를 다 잘라버린다.

어머님도 나도..그만 잘라라..걱정을 하지만..

포도나무는 원래 이렇게 다 잘라내거라고..

 

난..왜 내남자의 그 말이 미덥지 않은지..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한 후에..

마당의 배나무 가지치기를 하는 내남자..

아버님이 늘상 하시던 이런저런 집안일들..

이젠 내남자와 그 형제들이 틈틈이 하고 있다.

 

저 배나무..우나 아가적 식목일에 심은 것인데..그동안..

우리 가족들에게 제법 달고 맛난 배를 선물해 주었는데..

지난해와 올해엔 영 부실한 수확량을 보여주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부실하면 베어버리겠다는 내남자..

나는 그 말이 서운하다..

우리 우나랑 함께 자라온 추억이 어린 배나무인데..

 

 

 

 

 

 

 

 

 

 

 

 

 

 

 

지붕 아래로 늘어뜨려진 포도나무 잎사귀..

이렇게 올려다 보면 ..

하늘을 배경으로 늘 싱그럽던 포도잎사귀..

 

앙상한 잎사귀 뒤로 보이는 하늘이 우울한 날이다.

지난번처럼..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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