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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가족 이야기

아버님 첫 기일

by 벗 님 2011.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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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돌아가시고 첫 기일이다.

내남잔 며칠 전에 이미 내려갔고..

아이들 시험기간이라는 핑계로 ..

제사 당일..

분당 사는 둘째형님이랑 서울역에서 만나 함께 내려가기로..

KTX로 대구까지 채 2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

 

세상은 KTX처럼 빨리도 달려간다.

그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이리 살아가도 되는 걸까..가끔 불안하다.

 

시간에 맞춰 동대구역으로 마중나온 내남자..

대구 시누님 함께 모시고 시골로 간다.

 

 

 

 

 

 

 

 

 

 

 

 

 

 

 

 

 

 

시집 와서 제사를 모시기는 처음..

도착하니..큰댁 형님 두 분이서 이미 전을 다 부쳐놓으셨다.

당연 우리쪽 며느리들이 해야 할 일인데..

무척 미안하고 낯이 안서는 일이다.

 

첫제사는 그 의미가 다르고 좀 더 성대하게 치룬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멀리서들 친척분들이 다들 오셨다.

시집온 지 17년여..살갑지 못한 난 여전히 이방인같이만 느껴진다.

제사준비를 해놓고 늦으시는 의성 작은아버님을 기다리는 동안..

 

난 홀로 마당으로 나와..

아버님이 가꾸시던 화단이며 배나무 포도나무 ..

아버님 손길이 묻어나는 마당의 이곳저곳에 시선을 멈추어 본다.

가을처럼 말라가는 화단이며 화분..

가을보다 더욱 쓸쓸해 뵈는 마당가..

 

 

화단의 나리꽃에 까만 씨앗이 조로록 맺혀있다.

그 씨앗을 훑어 바지주머니에 넣어둔다.

내년 봄에 베란다 화분에다 한 번 심어 볼 요량으로..

 

하늘가엔 새털구름이 흐르고 낮달같은 창백한 달이 떠 있다.

그래도 가을하늘은..구름은.. 언제나 감탄이다.

 

 

 

 

 

절을 올릴 때마다

 

마음으로 이 말만을 반복했다.

 

"아버님 그곳에서 편하세요..편하세요.."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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