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산 복산초등학교 37회 졸업생이다.
졸업한 이후..딱 한 번 모교에 간 적이 있는 것 같다.
우리 학교 교화가 패랭이꽃이였다는 것만 기억나고..
교가도 교목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1학년 부터의 담임선생님 성함이나 내 반 번호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냥..새벽에 잠이 안오면 누워서 그걸 외는 버릇이 있었던 탓에..
1학년 6반 66번 우복남 선생님..
쌍둥이 아들이 우리학교 6학년이였고..
선생님 언니께서 옆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다.
내 인생의 첫 스승님..
그리고 내 기억 속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주셨던 선생님..
소풍 때면 무거운 소풍가방 땜에 낑낑거리는 날 위해..
매번 내 소풍가방을 들어주셨던 기억..
운동회날 엄마가 얼굴 탄다고 여덟살 내 얼굴에 뽀얗게 분칠을 해주셨는데..
선생님께서 날 불러 이쁘다며 꼬옥 안아주시던 그 분내음 나던 선생님의 품..
자그마하시고 마르시고 얼굴이 뽀얗던 선생님의 모습이
지금도 너무나 선연하다.
2학년 5반 58번 김상규? 선생님..
키가 크고 덩치도 있으시고 앞머리가 조금 벗겨지셨던..
그 시절 치맛바람이 절정을 치닫던 시절..
이 선생님은 부잣집 애들만 편애하셨던..
그래서 내 기억에 별루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선생님..
선생님도 날 별루 이뻐하지 않으셨다.
내 짝 영주엄마는 점심시간마다 선생님 도시락을 사갖고는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학교엘 오셨다.
보온병에 커피까지 타가지고서..
영주엄마 이외에도 몇몇 엄마들이 있었는데..그중..
나중에 나랑 체조를 같이 하게 된 명희엄마도 계셨던 듯 하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우린 20원짜리 쮸쮸바도 어쩌다 사먹곤 했는데..
명희는 그런 건 불량식품이라 엄마가 사먹지 말라고 했다며..
100원짜리 부라보콘이나 50원짜리 하드를 보란 듯이 사먹었는데..
부라보콘을 먹을 땐 늘 콘을 감싸고 있던 과자를 맛 없다고
아이스크림만 쏘옥 빼먹고 버리던 명희..
난 그게 왜 그리 아까웠던지..
가끔은 옆에서 침 흘리는 아이에게 선심쓰듯 너 먹어라며..
그 침 묻은 아이스크림쭉정이를 거네주기도 했었던..
뭐 그런 일련의 기억들..
3학년 4반 62번 최 창규 선생님..
깡 마르시고 안경을 끼셨고 언제나 어디 아프신 듯 기운이 없어보이던 선생님..
나를 유독 이뻐해주시거나 하는 그런 특별한 기억은 없는데..
그냥 착하시고 아이들에게 골고루 관심을 가져 주셨던 좋은 선생님이셨던 기억..
이때 ..나중에 같이 체조를 하게 되고 단짝이 된 하연이가 나랑 같은 반이였는데..
선머슴같던 연이는 엄마가 아침마다 정성으로 땋아주시던 내 긴머리를 참 부러워 했었다.
울집 마당의 텃밭에서 키운 배추로 김치를 담근다는 얘기를 해 주었더니..
그것도 부러워했었던 기억..
4학년 8반 27번..
5학년 5반 ??번..
6학년 1반 64번..박일렬 선생님..
4학년부터 기계체조를 하게 된 나는..특별반으로 편성이 되어..
4,5,6학년을 체조부감독을 하셨던 박일렬선생님반이였다.
물론 우리체조부 친구들은 그렇게 3년을 내리 같은 반을 했었다.
그 시절 우리체조부 친구들은 하나같이 다들 공부를 잘 했었는데..그건..
다 박일렬 선생님의 각별한 정성과 사랑때문이였다.
방과 후에 밤 늦도록 체조연습을 해야하는 우릴 위해..
성적이 떨어지면 안된다고..
다른 친구들 보다 아침 일찍 우리를 등교시켜서 공부를 가르쳐 주셨고..
운동이 끝나면 또 그렇게 밤 늦도록 우리에게 공부를 시키셨다.
선생님이 내주신 문제를 다 맞추지 못하면..
다 할 때까지 남아있어야 했던 우리들..
선생님께도 가정이 있으셨는데..
그렇게 3년을 우리들 공부며 간식거리 뒷바라지를 해주셨던 ..
생각해 보면 참 고마우신 선생님..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내가 초등학교 졸업을 한 며칠 후였던가?
우리집 대문 안으로 누군가 사진앨범을 살짝 밀어넣어두고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박일렬선생님셨다고..
학교도..선생님댁도 우리집에선 먼 거리였었는데..
"그 추운 겨울날에..집에 잠시라도 들어오셨다 가시지.."
엄마는 지금도 가끔 그 얘길 하시곤 하신다.
내가 운동을 하느라 밤 늦게 귀가를 하는 탓에..
엄마는 어린 동생들을 재워 두고..나를 마중나오시곤 하셨다.
지금 앉은 저 자리쯤의 나무기둥에 서서는..
어두운 운동장 한 켠의 나무아래에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곤 하셨는데..
그런 날이면..엄마의 호주머니 속엔 꼬깃꼬깃한 종이에 싼 따끈한 누룽지가 들어 있기 일쑤였다.
엄마도 지친 다리를 쉬시며 잠시 그 시절을 회상하시는 듯..
♡
엄마..
이렇게 살고도 엄마의 사랑은 헤아릴 수가 없어.
그냥..그때 그러셨구나..
생각하면 눈시울만 젖어 와.
나도 엄마만큼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면 좋겠어.
내 딸들에게 엄마만큼..
꼭 고만큼의 엄마가 될 수만 있다면..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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