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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못내 아쉬우신지..쉬이 발걸음을 옮기질 못하신다.
저 담벼락에 오돌토돌한 것도 아이들이 낙서를 하도 해서..
아빠가 저리 해놓으신거란다.
동네 한 바퀴 돌고..울집에 한 번 더 와보자..하신다.
정말 감회가 새로우신 모양이다.
나는 저 비스듬한 슬레이트 지붕을 보니..
새집 짓기 전..도둑고양이가 저 지붕 아래에다 새끼를 낳았을 적이 생각난다.
나는 지붕에 올라가 여덟마리나 되는 새끼 고양이를 다 끄집어 내어..
동네 아이들에게 분양을 해주었다.
그 중..젤 이뿐 놈 하나는 내가 키우고..
아침이면 팔이며 목에 할킨 자국이 생겨나곤 했지만..
난 그 고양이가 이뻐 밤마다 품에 꼬옥 안고 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양이 어미에겐 너무나 잔인한 일..
그 어미고양이가 나에게 복수를 해오지나 않을까..나는..
가끔 마음이 콩닥이곤 했었다.
그리고..저 뒤로 보이는 집이 재천이오빠네집..
재천이 오빠는 요즘말로 동네의 문제아였다.
내가 기억하는 건..그 오빠가 학교엘 거의 가지 않는다는 것과..
동네 만화방 아저씨가 매번 찾아와 만화책 빨리 돌려달라 재촉하시는 거..
그리고 그 오빠가 내 얼굴을 때려 얼굴에 상처가 나서..
엄마가 노발대발하던 일..
그리고 재천이 오빠 동생인 영숙이언닌 참 착했고
그 당시 직장엘 다니던 큰 언닌 날씬하고 예뻤다는 거..
어느날엔가 아침부터 동네가 떠들썩했다.
지난 밤에 재천이 오빠네 엄마 아빠가 뒷산에서 약을 먹고 자살을 하셨다고..
소주 한 병과 새우깡 한 봉지..그리고 농약을 드시고 두분이 함께..그렇게..
그날..마당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던 큰 언니랑 영숙이 언니의 모습은 아직도 선하다.
말씀 없고 참 점잖으시던 두 분이 왜 그렇게 허망히 가셨는지 나는 지금도 모르지만..
그때의 어린 마음에도 재천이 오빠가 하도 속을 섞여서 그런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뒷산 가는 길..
저 이층집 위치에 울동네에선 유일한 초가집이 한 채 있었는데..
거기..대학생쯤 되어보이는 오빠가 살고 있었다.
내 기억엔 참 잘 생긴..
뒷산에 놀러갈 적에 그 초가집 앞을 지나면 괜히 마음이 설레곤 했었던..
왼쪽의 집들은 30여년 전이나 별 차이 없는 모습으로 그 자리에 고대로 있다.
그 시절 여긴..마을 가장 깊숙한 산동네였었다.
오른쪽은 친구들이랑 뒹굴고 놀던 커다란 무덤이 있었고
그 둘레엔 소나무가 울창한 뒷산이였었는데..
저 뒷산 소나무 아래에서 자리 깔고..
괜히 고상한 척..엎드려 책도 읽곤 했었다.
그리고 아랫동네 연이랑 뒷산 감나무 아래에서
방미의 날 보러와요 나 징기스칸..같은 춤 연습을 하곤 했었다.
이 길로 주욱 올라가면 윗마을이다.
우리마을보다 동산 하나만큼 높은 마을..
내가 옥상에 올라가 빨래를 널거나..동생들이랑 옥상에서 놀 적이면..
울집 옥상에서 마당이 훤히 보이는 저 윗집에 사는 내 또래의 남자 아이..
키도 덩치도 컸었는데..소아마비에 걸려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던..
난 짐짓 모른 체 했었지만..
그 남자아이가 자기집 마당에 있는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울집 옥상을 매번 훔쳐본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여긴..
학교놀이나 고무줄놀이..동네 한 바퀴 달리기시합을 할 적이나..
언제나 나랑 라이벌이던 친구 희야네집..
희야네 아빠는 집배원이셨다.
언제나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도시던 자그마한 체구의 희야아버지..
하루는 숙이네집에서 금숙이 언니가 선생님이 되어 학교놀이를 했었는데..
눈을 감고 손을 들어 반장투표를 했었는데..희야가 반장으로 뽑혔었다.
그 날..눈가가 파르르 떨릴 정도로 분해하던 열 살 무렵의 나..
참 욕심 많고 지고는 못살고 내가 제일 잘 난 양
자만에 가득 차 있던..계집아이..
엄마는 세째 월이가 희야네집 계단에서 콕 넘어져서
이마에 세 바늘꿰맨 이야기를 하신다.
나도 그 날..피를 흘리며 우는 월이의 이마를 하얀천으로 칭칭 동며매고는 ..
핏기없이 하얀 얼굴로 병원으로 달려가시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난다.
여긴..자립원 올라가는 길..
요즘은 없어졌지만 그 시절..
넝마를 매고 재활용쓰레기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 집단으로 생활하던 곳..
이곳에 나보다 한 살 많은 언니가 살고 있었는데..
내 기억으론 학교엔 다니지 않았던 거 같다.
그 언니의 아빠가 이 자립원 대빵이였었는데..
난 그 언니가 영자네 가게에서 맛있걸 사 주곤 해서..
곧잘 함께 놀곤 했었다.
난 기억에 없는데 엄마말씀이..
내가 한날은 이런 말을 하더란다.
그 언니가 그러는데 학용품 산다고 속이고
엄마한테 20원 받아서 10원짜리 사면 된다고..
그리고 또 한날은..
엄마가 장판 밑에 숨겨두신 돈을 훔쳐서는 ..
들킬까봐 윗동네 구멍가게까지 가서
풋복숭아며 과자를 치마 가득 사서 먹었었는데..
결국 엄마께 들켜서는 죽도록 맞은 일..
엄마는 나의 이런 일탈이 그 언니의 탓이라 여기신 듯..
그후..난 그 언니랑 절대 놀 수 없게 되었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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